코로나19 한달 … 의료인 안전문제 부상

2020-02-18 11:20:02 게재

동네의원·약국 의료물품 부족 사태

환자 응대에 방역까지 '이중고'

코로나19 국내 발생 한달이 되가면서 환자를 보살필 의료인들 피로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29번·30번 환자처럼 병원을 직접 찾은 후 확진된 사례가 나타나면서 의료인 안전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18일 서울시와 보건소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와 예방을 담당하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심각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한달간 초긴장 상태로 근무를 이어오고 있어서다.

16일 서울의료원 직원이 내원객 출입에 앞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전문가들은 중국 사례를 들며 의료인 건강·안전 확보가 감염병 치료와 확산 저지의 버팀목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가 발병한 중국에선 병상 부족은 물론 의료인들 과로로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병원은 감염에 취약한 공간이다. 이때문에 극심한 피로로 면역력이 떨어진 의료진들은 바이러스 감염 확률이 높아질 수 있고 많은 환자들과 접촉을 지속하고 있어 슈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도 생긴다.

현장은 다급함을 호소한다. 확진자 발생 등 때문에 선별진료소 방문객이 증가한 종로구보건소는 당장 마스크가 부족하다. 임옥용 종로보건소장은 "일반 동네의원과 약국에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현재 거의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특히 마스크 공급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접촉자 관리가 철저하려면 이를 담당할 인력이 필요한데 이들을 운영하는데 또다른 인력이 필요하다"며 인력 부족 현상을 전했다.

근무도 어려움의 연속이다.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은 방호복을 입고 4시간 30분씩 근무한다. 그동안엔 물도 못 마시고 화장실도 갈 수가 없다. 대부분 밖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한파에도 그대로 노출된다. 금천구 보건소 관계자는 "밤 10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해도 언제 불려나올지 모를 대기상태이다보니 긴장을 풀 수 없다"며 "환자 응대와 상담만으로도 벅찬데 방역 업무도 계속 늘어나 이중고"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되면 감염병 대응 체계가 예방과 차단 중심에서 진료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확진자가 급증하면 접촉자와 의심환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이들을 보호할 의료진 일손이 그만큼 부족해진다.

서울시도 이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대책 마련에 착수한다. 17일 열린 대책회의에서 김창보 공공의료재단 대표는 "29번 30번처럼 관리 밖 확진자가 나온 경우는 격리대상이 최대가 될 가능성도 있고 지자체 입장에선 크게 부담스런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 의학계와 협조를 통해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도 김 대표 지적에 공감했다. 그는 "병원과 의료인을 통한 감염 방지를 위해 최대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선별 진료소 기능 강화는 물론 중소병원·요양시설에도 발열 감시 체계를 구축할 것"을 그 자리에서 지시했다.

의료인들은 병원 감염 차단, 의료인 안전이 시급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올바른 의료기관 이용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최근 박 시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병원장들은 병원이 아닌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우선 이용할 것과 병문안을 최소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대형병원이나 응급센터, 병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를 바로 찾는 것은 환자 자신뿐 아니라 의료인·면역력이 취약한 환자 등 병원 내 모든 이들에 피해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 참여와 함께 의료인에 대한 응원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염병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인력과 장비 충원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의료인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추위에 떨고 과로를 호소하는 일선 의료인들은 오히려 환자와 시민들의 따뜻한 격려가 어떤 지원보다 힘이 된다고 말한다"며 "의료인 사기와 건강이 치료 성과로 직결되는 만큼 '격려가 곧 백신'이란 마음으로 의료인들을 응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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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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