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코로나19 '대유행 전염병' 비화되나 … 불안 우려 커져

2020-02-24 11:33:57 게재

코로나19 감염사태가 한국과 이탈리아 등 지구촌 전체에서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대유행 전염병'으로 비화 되고 있다는 불안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에 의해 한국내 사망자와 확진자가 급증하자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이란과 이탈리아에서도 사망자들과 감염자들이 대거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로나19가 대유행 전염병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걱정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 내 확진 자들도 주말사이에 34명으로 늘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유람선에 탑승했던 미국인 감염자들이 당초 14명에서 18명으로 늘었고 중국 우한에서 대피시켰던 미국인들 중에 3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중국을 여행했던 11명과 그들의 배우자 2명은 사람간 전파로 각각 코로나19에 확진판정을 받았다.

일본 크루즈선 코로나 감염자 계속 늘어 | 19일 오전 요코하마항 다이코쿠 부두에 크루즈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정박해 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유람선에 탑승했던 미국인 감염자들이 당초 14명에서 18명으로 늘었다. 요코하마 교도=연합뉴스


이란에서도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 중에 8명이 사망했고 이탈리아에서도 3명 사망에 80여명 확진으로 10개 타운이 고립되는 사태를 겪고 있다. 23일 현재 지구촌에서 코로나19에 목숨을 잃은 사망자들이 2400명, 확진 자는 7만8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미국입국까지 금지하는 조치는 아직 중국 체류나 경유한지 14일이 지나지 않은 외국인들에 한해 적용하고 있으나 자국민들에 대한 여행주의보는 잇따라 상향조정해 발령하고 있다.

◆한국여행에 '2단계 여행 경계령' 발령 = 미국정부가 한국여행에 대해 중간인 2단계 여행경계령으로 올려 발령했다. 미 국무부는 4단계 중에 2단계, 미 CDC(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는 3단계 중에 2단계로 올려 한국 여행시 강화된 주의를 해야 한다는 여행경계령을 내렸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들이 급증하자 미국정부가 자국민들에게 한국 여행시 주의하라는 여행권고를 내린 것이다. 미국정부에서는 국무부에서 4단계로 여행주의보, 여행경고령을 발동한다. 이번과 같이 전염병과 관련됐을 때에는 CDC에서도 3단계로 되어 있는 여행 주의, 경계, 경고를 발령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한산한 밀라노 두오모 성당 주변 |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고딕 대성당인 '두오모' 앞을 지나가고 있다. 밀라노 AP=연합뉴스


미국정부는 22일자로 국무부와 CDC에서 동시에 한국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려 발령했다. 미 국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한국과 일본에 대해 동시에 2단계 여행경계령을 내렸다. 국무부가 발표하는 여행권고(Travel Advisories)는 4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1단계는 일반적인 사전주의 이행, 2단계는 강화된 주의 이행, 3단계는 여행 재고, 4단계 여행 금지(Do not travel)이다.

CDC는 국무부와 비슷하지만 3단계로 되어 있는 데 1단계는 주의(Watch·일반적인 사전주의), 2단계는 경계(Alert·강화된 사전주의), 3단계는 경고(Warning·불필요한 여행 자제)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에 한국에 대해 두개 기관에서 같은 내용으로 된 여행경계령을 발령한 것이다.

미국정부는 아직 자국민들에게 한국여행을 재고하거나 금지까지 조치한 것은 아니고 여행시 주의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는 단계이다. 미 국무부나 CDC는 구체적으로 한국 여행시 강화된 주의조치를 실행하라면서 행동요령까지 제시했다.


미 국무부와 CDC는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이 없도록 예방을 위해 "한국으로 여행을 한다면 환자와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노인들과 만성질환자들에게는 의료인과 상담을 거쳐 불필요한 여행은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미국을 떠나기 전에 건강보험사와 상의하고 해외여행시에도 알림메시지를 받거나 연락이 가능한 정부프로그램에 등록할 것을 권했다. 특히 한국 여행 2주일 뒤 열이나 기침, 호흡곤란 증세를 느낄 경우 의료기관에 전화해 증상을 얘기하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2월 들어 여행주의보, 경보를 잇따라 발령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2단계 여행경계령을 내린 곳을 보면 22일 한국과 일본, 20일에는 홍콩, 11일 마카오 등 4개국으로 늘었다.

미 국무부는 특히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 2일 최고 4단계로 여행하지 말라는 여행 금지령을 발동해 놓고 있다. CDC는 홍콩에 1단계인 주의를 적용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에는 2단계인 경계를, 중국에게는 3단계인 경고를 내려놓고 있다.

◆입국금지는 아직 중국만 적용 =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입국금지 대상에 한국이나 일본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 다만 코로나19 감염사태가 대유행 전염병으로 선포되고 한국의 사태가 더 악화되면 미국정부가 미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에 대한 입국제한이나 입국금지 조치를 고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부가 23일 현재까지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를 적용하고 있는 대상은 여전히 중국에서 머물렀거나 경유한지 14일이 지나지 않은 외국인들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즉 중국에서 체류했거나 경유한 외국인들은 중국을 떠난 지 잠복기인 14일이 지났음을 입증해야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미국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중국에 체류했거나 경유한지 14일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 정밀검역과 CDC의 격리보호시설이 갖춰져 있는 워싱턴 덜레스, 뉴욕 JFK,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20곳의 국제공항을 통해서만 입국할 수 있다.

미국의 CDC와 세계보건기구 등의 지도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촌에서 급속 확산되는 대유행 전염병으로 끝내 비화되지나 않을까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유행 전염병'이라는 공중 보건 당국의 공식 선언이 나오면 미국정부가 자국민들에 대한 여행금지령을 대폭 확대하고 악화된 국가 출신들에 대해서는 미국입국까지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들을 취할게 확실해 보인다.

◆미국 유람선 감염자 본토 대피 논란 = 미국정부는 일본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유람선 승객들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이 속출하자 미국인 승객들을 대거 본토로 긴급 대피시켜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 있는 미군기지에서 14일간의 격리보호를 다시 실시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전세기 2대를 보내 328명을 미 본토로 긴급 대피시켰으나 14명이나 이미 코로나 19에 감염된 환자들로 파악돼 이들을 동승시켜 대피시키느냐 아니면 일본에 그대로 남겨 격리치료를 받게 하느냐 고민 끝에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동승대피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감염자 동승대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승인 없이 이뤄진 규정위반으로 드러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중에 대통령 승인 없이 국무부가 CDC의 반대를 물리치고 감염자들을 비감염자들과 동승시켜 대피시켰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참모들에게 화를 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문책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국무부가 다소 난처한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유람선 승객들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이 634명으로 급증하고 2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한 시점에서 일본정부가 음성 판정을 받은 500명 이상을 유람선에서 하선해 제갈 길을 가도록 허용하는 바람에 또 다른 논란을 겪었다.

하선해 자유의 몸이된 유람선 승객 500여명 중에 미국인들이 100여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국인 미국에 14일 동안 입국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난감해 하고 있다.

그때까지 미아신세가 되는 미국인 승객들이 보름간이나 갈 곳을 잃고 떠돌아야 하는 고통을 겪을 뿐만 아니라 이들 중 감염자들이 발생하고 전파할 위험도 있어 공중 보건도 우려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위기 확산" 연재기사]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