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광케이블보다 빠른 위성인터넷 시대 열린다

2020-03-03 10:50:47 게재

스페이스X 원웹 아마존 등 저궤도 선점 경쟁

인공위성 1000여개로 지구 전체 인터넷 연결

새해 벽두부터 저궤도 통신위성을 이용해 전 지구에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이 뜨겁다. 아마존 애플 등 IT업계 거대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제프 베조스나 일론 머스크 등스타 CEO들이 이 사업을 주도하면서 자존심 경쟁까지 보태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8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기아나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해양·환경관측위성 '천리안2B호'가 한국한공우주연구원에서 조립되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센터에서 재활용 로켓 '펠컨'을 이용해 통신위성 60개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날 성공으로 스페이스X는 지구 저궤도에 통신위성 300개를 안착시켰다. 스페이스X는 1500개 위성으로 위성통신망을 구축해 저렴하게 인터넷서비스를 공급하는'스타링크'사업를 추진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발사체 회수실험을 하는 모습(왼쪽)과 저궤도 통신위성망 구축사업 '스타링크'에 사용될 위성 60기가 발사체에 실린 모습. 사진 스페이스X


◆제프 베조스와 일론 머스크의 경쟁 = '원웹'도 지난달 7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소유즈로켓을 이용해 통신위성 34대를 지구 저궤도에 올렸다.

원웹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인터넷 사업을 하던 그레그 와일러가 2012년 설립한 회사다. 소프트뱅크 에어버스 퀄컴 코카콜라 등이 총 34억달러를 투자했다. 원웹은 2021년 말까지 648대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려 전 세계에 위성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최종 위성 발사 수는 5260대가 목표다.

아마존도 저궤도 위성통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 자회자인 카이퍼시스템즈는 3236개 인공위성을 발사해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수십억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카이퍼'를 추진하고 있다.


카이퍼 시스템즈는 지난해 7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인공위성 발사계획 승인을 요청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발사 시기·방법 등은 아직 미정이다.

업계에선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도 위성통신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은 2013년 위성 연결 가능한 미래의 아이폰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는 등 위성사업을 준비해왔다. 애플은 최근 위성·안테나 설계 전문가팀을 출범시켰다. 이 팀은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과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장치나 지상 기지국에 데이터를 송신하는 장비기술 등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 페이스북은 2018년 자회사 '포인트뷰테크'를 통해 '아테나'로 불리는 인터넷 위성 개발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발사비용 줄어 경제성 높아져 = 애플 아마존 등 거대 기업들이 위성인터넷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위성통신은 인터넷통신이 불가능한 전세계 음영지역에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인터넷이 시작된지 30여년이 지났지만 2018년 기준 세계 인터넷 보급률은 51.2%에 불과하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인터넷 보급률은 45.3% 수준이며 선진국도 80.3%다. 전세계 인구의 약 5분의 1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위성인터넷은 경제적인 이유로 유선인터넷을 깔기 어려운 아프리카에서부터 극지방까지 서비스를 차별없이 제공할 수 있다.

물론 거대 기업들이 순수한 의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사용자 확대는 이들이 제공하는 기기나 서비스 사용자 확대를 불러온다.

기술발전에 따라 위성제작과 발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진 것도 통신위성이 주목받는 이유다.

기존 위성통신에 사용되던 정지궤도 위성은 무게가 1t 이상에 크기도 5m가 넘어 제작과 발사에 대규모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저궤도 위성은 크기가 작아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30cm 길이의 소형위성도 나왔다. ㎏당 3만달러에 이르던 위성 발사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 재사용 등을 통해 2017년 기준 ㎏당 1890달러까지 발사비용을 줄였고, 앞으로는 현재의 10%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유선망 못지않은 기술적 장점도 기업들이 뛰어드는 배경이다.

정지궤도를 통한 위성통신은 평균 0.5초의 지연율이 발생한다. 하지만 저궤도 위성통신은 지연율이 0.025초까지 낮아진다. 해저 광케이블을 사용하는 통신 지연율인 0.07초와 비교해 봐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처럼 통신 지연율이 낮은 이유는 지상에서 가까운 낮은 궤도에서 움직이며 전파 왕복 시간이 짧아 손실이 적기 때문이다.

◆위성충돌 주파수간섭 해결은 과제 = 거대 기술기업 간 경쟁으로 위성인터넷 서비스가 조만간 등장할 전망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이 있다.

우선 한 사업자당 1000개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쏘아올리게 되면 나타날 수 있는 위성간 충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구 궤도가 작은 위성을 기준으로 보면 넓기는 하지만 수천개의 위성이 초속 7~8km의 속도로 지구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에 위성간 위치와 거리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출동가능성은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위성 사업자마다 고유 고도와 궤도를 달리해 위성 발사를 허가한다. 위성 사업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 송신국을 설치해 위성간 거리를 조절한다.

촘촘히 지구를 둘러싼 위성들이 저마다 전파를 발·수신하면서 나타나는 주파수간섭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지금까지는 세계 주요국가가 운용한 저궤도 위성 대부분은 정찰용 위성이기 때문에 주파수 간섭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대 기업들이 지구 저궤도에 쏘아올리고 있는 통신위성은 동일한 주파수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파수간섭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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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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