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은 무슨, 90시간은 될 겁니다"

2020-03-18 11:29:07 게재

코로나19 최전방 지키는 지자체 공무원들

과로·격무 호소하지만 "사명감으로 버텨"

"지난 한 달 동안 초과근무 시간이 100시간을 넘었습니다. 교대근무를 하라고 하지만 막상 현장에선 일손이 모자라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수도권 한 자치구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전담대응팀 소속인 이 공무원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이러다 쓰러지는 직원들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사태에 최일선에서 맞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지자체 공무원들이다. 방역도, 자가격리자 관리도 이들 몫이다. 관공서는 물론 거리 상가 아파트 공원 다중이용시설 등 방역 대상은 도시 전체다. 자가격리자들에게 생필품은 물론 담배 심부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천지 교인들 전수조사 업무도 마찬가지다. 소외계층에 도시락을 전달하는 일도, 마스크를 전달하는 일도 지자체 공무원 일이다. 최근에는 집단감염 우려가 높은 요양시설 종교시설 PC방 등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중이다. 마스크 때문에 쏟아지는 민원 전화도 감내해야 한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후에는 약국에까지 파견 나가 일을 돕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일상 업무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파견자나 교대근무자가 생기다보니 일상 업무도 과부하 상태다. 최근에는 산불조심 기간이라 감시업무도 나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활동도 해야 한다. 요즘이 야생 멧돼지의 번식기간이라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격무로 지자체 공무원이 쓰러지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경북 성주군 재난안전대책본부에 근무하던 피 모(46) 계장이 비상근무 도중 쓰러졌다. 안타깝게도 피 계장은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사망했다. 그는 코로나19 물품지원과 관리 등을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매일 밤늦게까지 근무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전북 전주시 총무과에 근무하던 신 모(42) 주무관이 자택에서 쓰러져 숨졌다. 신 주무관은 총괄대책본부 상황실 업무와 보건소 행정지원 등으로 매일 야간근무를 했으며, 쓰러지기 전날에도 밤 11시까지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를 했다. 경북 포항시 북부보건소 김 모(53) 감염관리팀장도 근무 중 쓰러져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공무원노조도 지자체 공무원들의 고충을 호소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10일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대응 특별대책팀을 구성했다. 방역현장 공무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달 24일과 27일에는 대책마련을 위한 성명도 발표했다.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재난이 일어나면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바로 공무원노동자인데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 대책이 거의 없다"며 "공무원도 국민이고 이들의 생명과 안전도 귀중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재난 대응에 앞장 선 공무원에 대한 종합적 지원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충북 충주시의 공식 유튜브채널 '충TV'에 올라온 영상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10일 올라온 이 영상은 조회수가 1주일 새 11만3000회를 넘어섰다. 이 영상에는 시 공무원들이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중이용시설 아파트 등을 방역하는 모습, 한 명당 25명씩 모니터링 대상자에게 매일 전화하는 모습, 사무실에서 밤샘 근무하는 모습 등이 담겨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자가격리자 생활지원을 위해 약을 대리 수령하고 구호물품을 직접 배송하는 장면도 있다. 한 달 초과근무시간이 200시간이나 되는 상황도 소개했다. 주 52시간은 고사하고 주 90시간을 일하는 지자체 공무원의 현재 상황도 짧은 영상에 담았다. 하지만 영상에 나온 공무원들은 "사명감으로 이 일을 감내한다"고 담담히 말한다. 2분 남짓한 이 영상은 "많은 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힘냅시다"라는 자막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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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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