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받은 국회, 'n번방 청원' 부실심사 미리 차단한다

2020-03-31 11:43:19 게재

"청원특위 상설화 … 청원인 진술 보장"

여야 중진 의원 국회법 개정안 제안

독일선 5만명 동의 얻으면 청문회 개최

국회의원윤리조사위 구성방안도 내놔

'n번방' 사건 이후 청원 부실심사 논란에 빠진 국회에서 청원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청원인 진술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제안해 주목된다. 온라인 국회청원인 국민동의 청원 요건을 완화해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방안도 나왔다. 30일 김무성, 원유철, 원혜영, 이석현, 이종걸, 정갑윤, 정병국 의원 등 여야 중진의원 7명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하는 국회법'을 제안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청원 운영의 상시화를 제안한다"며 "최근 'n번방 사건'과 같은 국민 여러분의 질책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청원특별위원회를 상설로 설치하여 청원이 제대로 심사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이어 "청원인의 진술권을 보장하는 한편, 현재 10만 명인 국민동의청원 요건을 완화하는 등 국회에서 청원 심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여야 중진 '일하는 국회법' 제안 | 김무성, 이석현, 정병국, 원혜영 등 여야 중진의원들이 3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일하는 국회법' 제안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국민동의청원 1호인 '디지털성범죄 처벌 강화'요구와 관련, 법사위에서 디지털성범죄의 일부인 '딥페이크'에 대해서만 심사해 'n번방 사건'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원자 등은 국회가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는 점과 부각시키면서 청원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심사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청원인이 직접 국회로 나와 진술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청원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독일 의회는 청원안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원위원회에서 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청문회를 연다. 청원의 취지와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참여해 숙의할 수 있는 절차다.

◆상임위 법안소위 개최일정 정례화 = 또 여야 중진의원들은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징계안 의결시한을 법정화하는 한편 의원윤리와 보수를 전담하는 비당파적인 독립적 의회윤리기구(국회의원윤리조사위원회)를 신설하여 국회의원 윤리를 제고하자"고도 했다. 국회의장 소속의 독립된 국회의원윤리조사위원회에서는 주기적으로 국회의원 윤리성, 봉급과 수당 체계 적정성을 심사하고 지출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어 "연중 법안처리를 할 수 있도록 임시회를 매월 개회하도록 하고 특히 짝수 주 목요일에는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의무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상임위 역시 정례적인 법안소위 개최일정을 주·요일 단위로 규정하고 간사 간 의사일정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위원장이 의사일정을 결정하도록 명문화할 것"도 제안했다.

21대 국회 원구성을 법정기일에 맞추도록 하기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17~20대까지 원구성하는 데 평균 35일이 걸렸다. 이들은 "우리 국회는 지난 20년간 개원 법정기일을 단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며 "의장단,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다툼을 거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국회의장을 제1당에 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국회의장 선출 절차를 개선하여 공직선거처럼 후보자등록기한을 두는 등 선거절차를 법정화하고 상임위원장 배분도 정해진 기한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교섭단체 의석 규모를 기준으로 일정한 원칙에 따라 배분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제1당에 국회의장을 = 21대 국회에서 출마하지 않는 중진의원들은 "20년 이상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회한만이 남는 침통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며 "여야가 적대적 대립 속에 국회파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고 오히려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고는 "곧 다가올 21대국회에 대해서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지금 이대로의 정치문화, 제도로서는 21대국회도 공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 "우리 여야 중진의원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다음 사항에 대해서는 개혁을 이루어내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일하는 국회법'으로 여야 간 합리적인 정책토론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국회의원의 윤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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