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세계 식량안보 위협

2020-04-01 12:16:21 게재

베트남, 캄보디아 등 쌀 수출금지

FAO “4~5월 식량위기 예상” 분석

한국 작년 곡물 자급률 23% 불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히커리시 인근 농장에서 한 농부가 대두(콩)를 수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로 전 세계 농업계가 타격을 입고 주요 농산물 공급 국가들이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베트남의 쌀 수출금지가 계속되면 세계 쌀 시장 공급량이 10~15%가량 줄어들면서 중국 필리핀 아프리카 등은 식량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6위 식량 수입국인 한국의 식량자급율은 50% 미만이다. 특히 곡물 자급률은 더 떨어져 지난해엔 23%로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쌀만 자급이 가능한 수준이고 옥수수 자급률 4% 내외, 콩 10%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식량 수출 국가들이 ‘식량 보호주의’에 돌입하면 농산물 가격 급등과 함께 축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1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외신 등에 따르면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5일부터 흰쌀과 벼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이미 지난달 24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 태국은 자국내 계란 수요가 3배가량 급증하자 한달간 수출을 금지했다.

농산물 수출금지로 한 때 불안에 빠진 시민들이 사재기를 한 곳도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18일부터 2주간 국가봉쇄 결정을 내리겠다고 발표하자 인근 싱가포르가 일시적으로 식료품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도 3월말 모든 종류의 곡물에 대해 열흘간 수출을 제한했다. 자국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자 가격 안정 차원에서 수출을 막은 것이다.

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식량 공급망을 유지하는 한편 식량 체계에 대한 팬데믹의 영향을 줄이지 않으면 식량 위기를 겪을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FAO는 이 같은 식량 위기가 4월과 5월에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확대되고 있는 ‘식량 보호주의’ 역시 전 세계 식량위기로 번질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세계인들이 주식으로 사용하는 식량 공급이 충분하더라도 인력과 물류적 난제, 전략적 식량 공급을 확보하려는 각국의 제한이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식량을 무기로 하려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며 “식량 수입을 많이 하는 국가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센터장은 “식량수입이 중단될 경우 국내에서는 식품가격 급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대량으로 수입하는 곡물들은 주로 사료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 축산업계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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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김영숙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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