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지방재정 7.6조원 구멍

2020-04-09 11:37:55 게재

명목GDP -3% 가정때 … 지방세연구원 분석

"세출구조조정 및 지방채 발행기준 완화 필요"

코로나19로 인한 지방재정 부담액이 7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가 지방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 8일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지방재정 영향과 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998년 IMF 수준의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명목GDP가 1.0% 역성장할 경우 지방세는 당초예산 대비 4.1%인 약 3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가 현재 수준에서 진정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확산세가 지속돼 세계경제의 극심한 침체로 이어질 경우 명목GDP가 3.0%까지 감소할 수 있고, 이 경우 지방세 감소 규모는 당초예산 대비 6.1%인 5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세 부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개최한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결정된 바와 같이 긴급재난지원금이 보조율 80%인 국고보조사업으로 추진될 경우 지방의 추가 재정부담이 최소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명목GPD -3.0%를 가정하면 전체 지방재정부담액은 7조60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현재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대상 및 규모 확대가 실제로 추진될 경우 지방재정 부담 규모는 훨씬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방세가 줄어들면 불가피하게 지자체 재정운용 방향도 바꿔야 한다. 지방세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지자체의 세출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지자체들이 도로·항만, 지역개발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 사업기간과 규모를 조정·변경해 추가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홍환 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경제의 위기는 소비감소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이므로 위기 자영업자·실업자 및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지원을 통해 지역사회 수요창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특히 문화·체육·관광 분야 소규모 시설 건립 사업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용객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만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세출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세연구원은 또 지자체가 지역경제 위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행 지방채 발행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발행된 지방채에 대해서는 지방재정관리제도 관련 주요지표인 관리채무비율 산정에서 한시적으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대비 부채비율은 재정규모 대비 7.5%(24조5000억원)로 1998년 IMF 경제위기 당시 부채비율 29.6%와 비교하면 매우 건전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채비율이 가장 높았던 인천시의 경우 2015년 재정위기 심각 단계 기준인 40%에 육박했지만 해마다 감소해 현재는 16%대를 유지하고 있다. 인천시가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16.64%로 2018년에 비해 3.3% 줄어들었다.

지자체 부채비율이 줄어든 것은 '부채를 쓰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이기도 하다. 민선 6기 지자체들 상당수가 '채무제로'를 핵심 정책으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를 시작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국 지자체로 확산됐다. 채무제로를 선언한 지자체는 2013년 57곳에서 해마다 늘어나 민선 7기 지방선거가 있던 2018년에는 137곳이나 됐다. 이런 영향으로 인해 부채비율은 민선 단체장의 주요 평가지표가 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지방채무의 발행한도 설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넘겼다. 발행 한도를 초과하는 채무발행도 중앙정부 승인 없이 사전 통보만 하면 발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장은 전전년도 예산액의 10% 범위 안에서 연간 채무 한도액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지방의회 의결만 거치면 지방채 발행이 가능해졌다. 다만 이런 권한은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25%가 넘지 않는 지자체에만 주어진다. 이용철 행안부 지방재정정책관은 "지자체가 세출구조를 조정하고 지방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당장 닥칠 재정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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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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