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세기 … 서구는 있는 그대로를 봐야 한다"

2020-04-10 15:08:25 게재

키쇼어 마부바니 UN안보리 전 의장,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뷰

2011년 세계경제포럼(다포스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는 키쇼어 마부바니. 사진출처:세계경제포럼

키쇼어 마부바니는 '아시아의 세기'(Asian Century)가 도래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1948년 싱가포르의 인도 피난민 가정에서 태어나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주 유엔 싱가포르 대사와 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2001~2002년)을 지냈다. 이후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을 역임했다.

그는 아시아의 부상과 서구의 몰락에 대한 여러권의 책을 썼다. 지난달 말엔 신간 '중국은 이겼나'(Has China Won?)를 출간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9일 그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 '아시아의 세기'는 시작도 전에 끝나는 게 아닌가

코로나19 때문에? 아니다. 아시아의 세기로 이르는 길은 언제나 굴곡이 있었다. 21세기 시작 전인 1997년 아시아는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당시 서구의 사회적 통념은 '아시아는 끝장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모든 위기를 보면 아시아 지역의 회복탄력성, 아시아 사람들의 성공 집념이 증명됐다.

■ 중국은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철권을 휘두르고 있다. 100만명 이상 사는 대도시 지역은 격리됐다. 중국 당국은 애초 코로나19 위험성을 낮잡아봤다. 당신은 책을 낼 때마다 중국 모델을 찬양했다. 하지만 코로나 대응을 보면 권위주의 체제는 그같은 위기에 무방비인 게 아닌가.

지난 100년을 보자. 1920년대 기아와 전염병, 내전, 극심한 혼동이 중국을 지배했다. 기대수명은 30년에 불과했다. 유아사망률은 40%였다. 오늘날 중국과 비교해보라. 극적인 개선은 공산주의 체제 덕분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중국인들은 공정하고 잘 조직된 사회란 수천년 동안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했다. 서구처럼 말이다. 그들은 '서구의 방식을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 코로나19는 아시아가 직면한 많은 위기 중 하나다. 카슈미르 분쟁으로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 인도에서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소수 무슬림과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은 홍콩의 시위에 고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갈등의 골이 깊다. 북한 핵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곧 서구를 대체할 대륙의 모습이 왜 그러한가

40억명 인구가 사는 거대한 대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에 문제점이 없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일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런 위기가 아시아의 모멘텀을 꺾느냐 여부다. 예를 들어 카슈미르 분쟁은 불편한 도전과제이지만, 그 자체로 인도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중국엔 14억명이 산다. 홍콩은 단 700만명이다. 서구에서는 '중국의 안정이 홍콩에 달린 것'처럼 인상을 주는 보도를 한다. 그건 서구가 원하는 방향일 뿐이다. 이런 위기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예외이긴 하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 당신은 중국을 판단할 땐 성취물로, 서구를 판단할 땐 실수를 거론한다. 그런 뒤 서구에 대해 '이중잣대'라고 비난한다.

난 서구가 실패하길 바라지 않는다. 성공하길 원한다. 약하고 분열된 서구는 전 세계에 재앙이다. 나는 반 서구 또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다. 단지 아시아와 중국을 다루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서구는 인정해야 한다. 만약 역사가 방향을 튼다면, 서구는 계속 직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서구는 냉전 이후,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을 선언한 이후 많은 문제점을 갖게 됐다. 서구는 잠자게 됐고, 현실에 안주하게 됐다. 나는 주장한다. '유턴하라. 아시아와 함께 가라. 그리고 낙관하라.' 중국과 아시아의 부상이 서구에 주는 기회는 막대하다.

■ 중국의 길을 따르길 꺼리는 건 서구만은 아니다. 당신이 책에서 쓴 것과 달리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을 '좋은 강대국'(benign superpower)으로 보지 않는다.

좋은 강대국이라는 표현 자체가 모순이다. 강대국들은 다른 이들이 자신을 따르길 원한다. 미국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 역시 계속 힘이 세지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2조달러 가까이 지출했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꼴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를 침공할 만큼 멍청한 나라는 아닐 것이다.

■ 어떻게 그런가

중국의 병법가 손자는 전쟁을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강대국은 물론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국경지역에서 총알 한 발 발사하지 않았다. 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의 사용을 꺼리는 건 많은 전략적 원칙을 요구한다.

■ 그렇게 말한다 해서 중국 이웃나라들의 걱정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오히려 유럽보다 더하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중국이 민주주의 또는 그와 비슷한 것을 침략할 것이라고 걱정하지는 않는다. 한일은 중국이 1000년 이상 동아시아에 지속됐던 중화질서를 복원하는 게 아닌가 하고 두려워 한다. 이 과정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점은 맞다. 특히 일본에게 그렇다. 하지만 일본은 중국 공산당이나 공산주의 이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는 권력과 위계에 관한 것이다.

■ 말레이시아 전 총리 마하티르 모하마드는 중국이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를 추구한다고 비난했다.

그 발언 직후 그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차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했다. 왜? 그는 영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시아에서 권력의 이동은 많은 이들을 걱정시킨다. 이 방의 한 구석에 작은 고양이가 있다고 해보자. 잠깐 동안 다른 일에 시선을 빼앗긴 뒤 뒤돌아보니, 고양이는 간데없고 호랑이가 있었다. 그 방은 전과 같은 크기다. 하지만 이전의 고양이(중국)는 없다. 그렇다면 그 호랑이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 중국이 개발한 대규모 디지털 감시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 세계에 걱정을 끼치는 체제 아닌가.

우리 모두는 그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 서구 일각에서는 민간기업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면, 원하는 모든 디지털 대화를 기록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었다. 미 국가안전보장국(NSA) 소속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것에 잘 드러나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잘못됐다고 여긴다면, 우리는 증거를 갖고 그를 증명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에게 다른 나라를 상대로 스파이 행위를 하지 말라고 요청할 수 없다. 반면 NSA는 여전히 그런 짓을 하고 있다.

■ 중국이 자국민에 대해 감시체제를 개발하는 것을 보면, 전례없는 수준이다.

착각하지 말자. 물론 국가감시의 확대는 중국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는 능력을 확대시킬 것이다. 동시에 중국 지도자들은 알고 있다. 만약 중국인들이 더 이상 공산당 정부를 원하지 않으면, 전 세계 모든 감시도구로도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중국 정부는 '천명'(mandate of heaven)을 잃게 될 것이다. 다른 정부가 천명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14억명 인구가 들고 일어선다면, 공산당 9000만명의 당원들도 무력해진다. 따라서 중국은 자국민을 폭력적 방법이 아닌, 경제정책으로 통제하려 한다.

■ 중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수십만명의 무슬림들을 재교육 수감소에 몰아넣은 건 폭력이 아닌가.

신장은 중국에게 완전히 다른 존재다. 만약 중국이 억압적 국가라면 사람들은 도망쳤을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 1억3400만명의 중국인이 해외를 여행했다. 그들은 왜 돌아왔는가.

■ 신장 자치구 사람들에겐 여권이 없다. 전혀 떠날 수 없다.

신장은 특별한 경우다. 서구는 종교적 근본주의의 위협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신장의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 나는 묻는다. 누구의 조치가 더 양심에 반하는가.

■ 냉소적인 질문이다. 서구에서는 이라크의 드론전쟁과 이웃 침공에 대한 대대적인 비판이 있다. 중국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은 누구나 투옥될 것이다.

그 어떤 무슬림 국가도 중국에 대한 서구의 비난에 합류하지 않는다. 왜인가.

■ 이슬람세계 대부분 나라들은 자체적으로 억압적인 권위주의 체제이고, 중국의 막대한 경제지원으로 혜택을 본다.

일부분 맞는 얘기일 수는 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억압적 권위주의 체제가 아니다. 그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의 의지를 대변한다. 수많은 무슬림들은 신장에 대한 중국의 조치를 비난하는 데 대해 '서구가 중국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부정적인 정치적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 위대한 문화 유산을 많이 갖고 있는 중국이 신장의 무슬림들을 억압하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지속가능한 정책이라고 보는가.

모르겠다. 아마 나는 10년 뒤엔 알 수 있을 것이다. 서구의 예측이 들어맞아 신장은 여전히 억압 받거나 제대로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 아니면 신장 무슬림의 급진세력화를 막으려는 중국의 시도가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재교육 수용소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 것이고, 감시 경찰들도 감소할 것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시리아와 리비아처럼 서구가 개입한 분쟁의 경우 향후 10년 내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전혀 없다. 신장에서는 적어도 해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중국은 왜 그리도 많은 경제파트너를 갖고 있나. 하지만 정치적 동맹이나 친구는 없다.

이 지점에 대해 중국은 영국 수상이었던 파머스턴 경(1784~1865)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는 "국가에게 영원한 친구란 없다, 영원한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나 짐바브웨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중국을 돕는다면, 중국은 그 나라들과 함께 일할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적 매력인 소프트파워는 다른 차원이다. 미국은 한때 막대한 소프트파워를 겸비한 강국이었다. 중국은 그와 경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는 중국의 야심이 아니었다. 전 세계 120개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중국과 더 많이 교역하고 있다.

■ 바꿔 말하면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인데, 왜 상하이가 아닌 뉴욕에서 기업공개를 했나.

중국은 일찍부터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했다. 그리고 중국에 지정학적 경쟁국이란 프레임을 씌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이런 과정을 늦추기 위해, 중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상호연관성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구했다.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은 매우 탁월한 생각이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중국의 번영에 지분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이 서로에게 상업적으로도 매력적인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감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 시진핑 주석의 딸은 하버드대에서 공부했다. 그것 역시 계산된 조치이자 현명한 예견이었나.

시진핑의 딸뿐만 아니다. 소련의 스탈린이 오늘날 살아있다면, 중국 공산당이 매년 전도유망한 젊은이들 30만명을 미국 대학에 보내 세뇌당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보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는 중국이 자신의 문화에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많은 부유한 중국인들은 미국을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자신의 돈을 서구에 투자하려 한다.

그 지점은 미국이 중국을 이기는 가장 거대한 이점이다. 만약 수십억달러를 갖고 있고 백년 동안 안전하게 투자하기를 원한다면, 중국보다 미국에 돈을 맡기는 게 좋을 것이다. 언제나 성쇠부침이 있을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정치 체제가 더 안정적이다. 중국의 정치 체제가 향후 50년 동안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 이 대목에서 당신의 신간 '중국이 이겼나'라는 제목과 관련해 궁금하다.

제목은 의문문이다. 그 대답은 '그렇다'(yes)가 아니라 '아직은 아니다'(not yet)이다. 그리고 제목에 숨겨진 질문은 '미국은 질 것인가'(Could America lose?)이다. 미국이 질 수 있다는 건 미국인으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 미국 정치체제가 더 안정적이라는 당신의 언급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질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게 옳다.

나는 책에서 미국의 장점을 계속 강조한다. 그리고 만약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 결과가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믿는다면, 나는 그에 대해 경고한다. 미중 경쟁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 서구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보나.

중국을 중국일 수 있게 내버려둬야 한다. 서구는 자신들이 중국을 바꿀 수 있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대표적으로 중국 경제의 자유화가 자동적으로 정치 체제의 자유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체제를 외부에서 해방시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렇게 하려는 모든 시도는 오직 중국 체제의 합법성을 강화시킬 뿐이다. 서구의 그 어떤 사람도 제국주의 강국들이 160년 전 중국 황실의 여름별장인 이화원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매우 또렷하게 각인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에 영향을 미치려는 모든 시도들은 중국을 뒤집어 엎으려는 노력으로 간주된다.

■ 유럽은 미중 갈등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나는 유럽의 비관주의를 걱정한다. 유럽은 향후 거대한 도전과제에 맞닥뜨릴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거부한다. 유럽에게 최대 위협은 뭔가. 러시아가 아니다. 중국이 아니다. 바로 인구변동이다. 1950년 아프리카 인구는 유럽의 절반이었다. 오늘날 아프리카는 유럽 인구의 2배다. 2100년이 되면 유럽보다 10배 많아진다. 유럽이 아프리카에 일자리를 수출하지 않는다면, 아프리카가 유럽에 아프리카인들을 수출할 것이다. 모든 유럽 국가들에서 극우 정파가 부상한 것은 각국 정부가 이런 중대한 이슈에 대해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회피한 직접적 결과다.

■ 그게 중국과 어떤 관계가 있나.

아프리카를 개발하는 것이 유럽의 근본적 이해관계와 부합한다는 말이다. 만약 유럽이 아프리카를 개발하는 데 있어 파트너를 찾는다면, 중국은 좋은 선택지다. 중국은 미국보다 아프리카에 더 많이 투자한다. 최근 미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중국을 믿지 말라'고 연설한 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모욕이었다.

■ 중국 역시 자국의 이해관계를 갖고 일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유럽 입장에서 보면 지정학적 선물이다. 하지만 중국에 고마워하기는커녕, 유럽은 중국의 뺨을 때리고 있다.

■ 그러나 논란이 많은 네트워크 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논쟁이 보여준 것처럼, 많은 유럽인들은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다른 나라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이성적, 논리적 분석의 결과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따지면 중국이 유럽의 친구는 아니지만, 유럽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수렴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유럽인들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건 사실 감정적인 원천에 기반한다. 바로 황색 인종이 서양 문명을 압도한다는 백색 인종의 공포심, 즉 '황화'(黃禍, yellow peril)다. 이런 공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화웨이가 선진기술을 활용해 유럽에 대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염탐하길 바라는 중국 정부의 기대를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조만간 중국은 미국처럼 그 어떤 나라의 통신네트워크라도 침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될 것이다. 화웨이가 있든 없든 그렇게 될 것이다. 통신시스템을 지키고 싶다면, 어서 빨리 화웨이를 막아라. 하지만 중국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 그렇다면 아마 많은 유럽인들은 중국보다 미국이 염탐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최소한 미국과 유럽 사이엔 문화적 친밀성이 있기 때문이다.

힘내라. 나는 당신에게 당신이 원하는 미국의 5G 기술을 사라고 권하고 싶다.

■ 그건 악의적인 제안이다. 당신이 잘 아는 것처럼, 미국엔 5G 장비 대기업이 없다. 화웨이를 제외하고, 5G 생산기업 중 가장 큰 곳은 노키아와 에릭슨이다. 두 곳 모두 유럽기업이다.

물론 그건 사실이다. 기억할 게 있다. 전 세계 75억명이 산다. 그리고 그들 중 약 10억명이 서구에 산다. 당신네 서구의 번영은 결국 다른 65억명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65억 인구 절반이 화웨이를 구매하고, 유럽이 감정에 치우쳐 미국 기술을 산다면, 유럽은 사실상 전 세계 나머지와 절연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유럽은 그런 결정을 내릴 모든 권리가 있다.

■ 달리 말하면 당신은 미국과 유럽이 아시아의 세기에 낙오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소한 유럽은 아시아가 실패한 한 가지를 이뤄냈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분열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카슈미르와 홍콩에서의 분쟁, 남중국해에서의 적대감, 이 모든 것을 보면 아시아가 스스로의 역사를 일궈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놀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현재 유럽이나 아시아에 대규모 전쟁은 없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향후 전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유럽은 아시아에 훨씬 앞서 있다. 그래서 6개월 전부터 돈을 모금해 '아시아 평화 프로그램'(Asian Peace Program)을 준비했다. 오는 7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일련의 연구논문과 국제회의를 통해 우리는 아시아의 가장 오래된 갈등, 인도-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 남중국해 영토분쟁, 남북한 갈등 등에 대한 해법을 찾을 것이다. 우리의 꿈은, 언젠가 아시아도 유럽이 오늘날 달성한 그곳에 도달하는 것, 전쟁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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