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금융권 지금부터라도 외형확대 자제"

2020-05-22 11:05:18 게재

금융감독자문위 전체회의

우리금융 M&A 제동?

향후 스트레스 테스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관련해 금융회사들의 인수합병 등 몸집 부풀리기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윤 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금융권은 지금부터라도 외형확대를 자제하고 충당금과 내부유보를 늘리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손실흡수 능력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사 출범 이후 M&A를 모색 중인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코로나19사태가 지주사 확장에 최대 걸림돌이 된 셈이다.

우리금융은 위험가중자산 산출과 관련해 표준등급법을 적용받고 있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1.5%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내부등급법을 적용받아 BIS비율이 13~14%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우리금융도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어 BIS비율이 올라가게 된다. 현재 금융당국이 내부등급법 적용 여부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어서 빠르면 상반기에 BIS비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BIS비율이 올라가면 우리금융으로서는 M&A를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기업과 가계가 타격을 받아 위험이 금융으로 전이될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 원장은 "현재 금융회사의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이러한 실물경제 고충이 장기화될 경우 한계 차주의 신용위험이 현재화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융부문 시스템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금융회사 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바젤Ⅲ 조기도입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자본여력을 확보하는 등 금융회사의 실물경제 지원과 건전성 유지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감독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진석 금감원 부원장보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및 금융회사 건전성 현황'을 발표하면서 "(금융회사에 대한) 향후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 분석 등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다른 주제발표자로 나온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대학원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고용과 교역 측면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위축된 국내외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거래의 확대, 생산시설의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탈세계화 등 뚜렷한 변화가 다방면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금융부문에서도 이에 대비한 새로운 전략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범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위원장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변화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문위원들은 우리 경제가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향후에도 합심해 지혜를 모아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감원은 자문위원회 산하 9개 분과위원회를 수시로 개최해 각계 전문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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