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담합주도 업체, 입찰제한은 정당"

2020-05-25 11:04:44 게재

공정위 과징금에 형사 처벌, 입찰 제한까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사업을 담합을 통해 따낸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억원의 과징금 조치를 받고, 지자체로부터는 입찰 제한이라는 조치까지 받게 됐다. 해당 업체는 '지나친 불이익'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지자체의 정당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지리정보(GIS)업체인 A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입찰참가 자격제한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시는 상수도 관리를 위해 2005년부터 입찰을 통해 전문측량업체에 지리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맡겼다. 2007년과 2008년 낙찰 받은 A사는 수익성이 악화되자 경쟁사인 B사에게 담합을 제안했다. 두 회사가 지역을 나누기로 하고, 입찰에 참여할 들러리 업체를 내세우기로 했다. 또 다른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경우 다음 사업의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끌어들이는 수법도 나왔다. 정교하게 설계된 담합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공정위에 적발됐고, 2018년 1월 시정명령과 함께 4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듬해 4월에는 서울시가 A사에 대해 입찰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2년간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입찰 제한 처분까지 이어졌다.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했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사는 벌금 800만원, 회사 대표는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형사사건은 현재 상고심이 진행중이다.

서울시 조치에 반발한 A사는 입찰을 주도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공정위에서도 담합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과징금에 대해 조사협조자 감경을 받았다"면서 "(입찰제한) 처분으로 중소기업인 회사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막대한 점을 볼 때 가장 무거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정위와 달리 A사가 입찰담합을 주도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봤다. 공정위에서 감경을 받았더라도 이것이 담합을 주도한 자로 볼 근거가 안 된다는 점이다.

'담합을 주도한 자'에 대해 재판부는 "다른 사업자를 설득·종용하거나 거부하기 어렵도록 회유해 공동으로 행위하도록 이끄는 정도"라면서 "입찰에서 투찰 가격을 제시하거나 낙찰가를 예정하는 등 입찰의 공정과 경쟁을 해하는 구체적 내용을 주도적으로 제시해 관련자의 참여와 동조를 이끌어 내는 자를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담합을 주도한 자에 대해 1년6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는 것은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기준에 부합한다"며 "담합 행위자에 대해 입찰 참가자격을 배제하는 것은 담합을 근절하고 왜곡을 방지해 입찰 및 계약질서를 공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 같은 공익적 요구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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