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제도 공정성 확보 중요"
2020-05-27 11:53:45 게재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악용하면 안 돼
소액주주 찬성·회계법인 가치평가 감독 제안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6일 오후 서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합병비율 산정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김형균 디앤에이치투자자문 본부장은 이날 발표에서 "현행 합병가액 산정방식의 문제점은 △상장법인 합병가액을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시장가격으로 정하는 점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 평가 방식이 다른 점 △회계법인의 가치평가에 대한 실질적 감독기능 부재 등으로 인해 합병 과정에서 소수주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인 주식시장 시장가격이 그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동일한 지배주주가 지배하는 회사간 합병에서는 대주주 이익을 위해 합병 구조를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등 견제장치가 없다"고 시가의 불완전성과 이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나마 시장가격이 최선의 가치평가"라면서도 "합병비율을 결정할때 시가 뿐만 아니라 다른 방식도 허용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또 "가장 큰 문제는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일반주주를 생각하지 않는 점과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점"이라며 불합리한 합병에 대한 민사 및 집단소송 등을 제안했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열회사 간 합병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체적 공정성 기준 마련을 위해 소수주주의 과반수 찬성 제도 도입과 평가의견서 작성시 회계법인 지정 제도 도입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불합리한 합병의 경우 사후구제로 이사 및 가치평가기관에 대한 민사 및 집단소송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게 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국내 회계법인의 기업가치평가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쓰기 하는 등 합병비율 산정에 공정하게 활용되기 어렵다"며 "결국 불공정한 합병이 일어났을 때, 사후구제로 이사진 및 가치평가 기관에 대한 민사·집단 소송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영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합병의 공정성이 결여된다면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높아지고 결국 자본시장은 퇴행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합병의 공정성 확보는 곧 자본시장 발전의 토대 확보와 같다"고 강조했다.
이 포럼을 공동개최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성남 분당을)은 "불공정한 합병비율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에도 직결되어 우리 국민의 노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의 자본시장법의 재정비는 우리 국민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날이다. 공교롭게도 5년 전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정해졌다며 불공정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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