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투자자 내주 소송제기·당국 조사의뢰

2020-06-04 11:05:11 게재

계약취소 위한 사전조치

부실 사모펀드 문제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투자자들이 이르면 다음주 형사고소와 금융감독원 조사의뢰를 제기하기로 했다.

4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상품 판매 과정에 거짓과 왜곡이 있었다고 보고 하나은행이 제시한 가지급금(투자원금 50%) 수령 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투자자들은 계약취소를 위한 사전 조치로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하고 형사고소를 진행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10일까지 위임장을 받아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한누리 관계자는 "손해배상이 최대 70~80%까지 이뤄질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상품 판매 과정에 위법행위가 있었던 만큼 계약취소를 통해 100% 투자원금을 돌려받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판매사들의 사기혐의가 드러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금감원이 계약취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투자자들도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판매사의 위법행위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해당 펀드의 투자자산은 이탈리아 지역의 의료비 매출채권을 유동화한 채권으로, 펀드 만기는 2년 1개월(또는 3년 1개월)이지만 설정일로부터 일정기간(13개월) 뒤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사결과 해당 지방정부의 재정난으로 기초자산인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투자금 회수가 만기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하나은행의 상품 판매과정에 2가지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설명자료에는 '이탈리아 국가부도 또는 국민건강보장권리가 담긴 헌법이 개정되는 등의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부채는 상환되고, 당해 연도 예산 내(In Budget Receivables)에서 발생한 매출채권 위주로 구성돼 있다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실사결과 편입자산 에 당해 연도 예산 한도를 초과해 발생한 매출채권(Extra Budget Receivables)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들은 상품 판매 과정에 거짓이 있었고 당초 매출채권의 만기가 길고 회수가 불확실한 구조였지만 그런 설명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설명 자료 등에 만기가 13개월이라고 기재돼 있거나 13개월 내에 무조건 조기상환된다는 취지의 설명을 받았고 그렇게 인식한 투자자들이 이었지만 실제 만기는 2년 1개월 또는 3년 1개월이어서 중도상환 자체가 가능했는지 불분명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해당펀드의 편입자산이 예산 한도를 초과해 발생한 매출채권인지 판매사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상황이고, 실사에서 드러난 것이라서 판매 과정에 거짓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펀드의 조기상환 조건은 운용사가 콜옵션(살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야 가능한 것이어서 판매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 차원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보상방안을 마련해 제시했다"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는 1528억원이 판매됐으며 이중 하나은행은 지난해 1188억원을 판매했고 투자자는 400여명이다. 투자자들은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손실 확정 전 까지는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사고소와 금감원 조사의뢰, 이후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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