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감사위원회 지원조직 있어도 역할 제한적

2020-06-15 10:40:03 게재

단순 행정지원 업무형태

회계·재무전문가 부족

시간당 감사보수도 연관

기업의 회계부정을 막기 위해 감사위원회의 독립된 역할 강화가 필요하지만 국내 10대그룹들은 감사위원회의 실질적인 조직과 운영에 있어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원회 지원을 위한 내부감사부서가 없거나, 있더라도 역할이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한국감사인연합회(회장 김광윤)가 온라인 세미나(Webinar)에서 발표한 '10대 기업집단의 감사위원회 운영실태와 정책적 개선방향'에 따르면 10대그룹의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 54곳 중 감사위원회 지원조직을 갖춘 곳은 15곳으로 27.7%에 그쳤다.

계열사 중 지원조직이 없는 신세계그룹은 내부회계관리부서에서 감사위원회를 지원하는 것으로 공시에 기재돼 있고,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IR팀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한 10대그룹(2019년) 중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들이다. 한국감사인연합회 감사제도평가위원회는 이들 기업의 2018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공시 자료를 분석했다.

평가위원회는 "감사위원회 지원조직은 감사위원회 행정 등의 활동을 지원하는 조직과 내부감사 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단순 행정지원 업무를 하는 행태가 대다수였다"며 "내부감사활동을 수행하는 경우는 적었다"고 밝혔다.

평가위원회는 감사위원의 전문성을 분석하기 위해 4가지 유형으로 위원들을 분류했다. △공인회계사(5년 이상 경력) △회계 및 재무분야 교수 등(5년 이상 경력) △상장회사에서 회계 및 재무관련 임원(5년 이상)과 임직원(10년 이상) △정부 및 감독기관 등에서 회계 및 재무관련 업무자 또는 감독업무자(5년 이상) 등이다.

10대그룹 감사위원 174명 중 110명은 이들 4개 유형에 속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4개 유형 중에서는 정부 및 감독기관에 근무 경력이 있는 위원들이 174명 중 35명으로 가장 많았다. 공인회계사의 경우 7명에 그쳤으며 상장회사 회계·재무경력자는 2명에 불과했다.

평가위원회는 "감사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공인회계사와 회계 및 재무관련 교수 등의 활용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위원회의 활동과 관련해서도 운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게 평가위원회의 분석이다. 10대그룹 감사위원회는 연 4~18회의 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당수 회사의 감사위원회는 외부감사인과 의사소통을 수행하지 않았다. 계열사 중 1~2곳 정도가 의사소통을 수행했고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한화는 의사소통 기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0대그룹 중 감사기구 평가결과가 우수한 곳일수록 감사보수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기구를 평가한 5가지 지표는 △내부감사기구에 대한 교육제공 △지원조직 △회계 또는 재무전문가 △외부감사인과 회의 △중요정보 접근권한 등이다.

감사기구 준수성 점수가 가장 높은 포스코(5.0)의 시간당 평균(가중) 감사보수는 8만3942원으로, LG(3.89) 8만2455원, 삼성(3.89) 8만5447원 등과 함께 8만원대를 기록했다. 반면 평가점수가 3.0인 현대중공업(7만464원), GS(7만6752원), 신세계(7만7759원)는 7만원대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한화(2.33)는 시간당 평균 보수가 5만7782원으로 가장 적었다.

10대그룹의 외부감사를 수행한 빅4 회계법인의 시강당 외부감사 보수는 삼일(시간당 평균 8만5884원) 삼정(8만1011원) 한영(7만3206원) 안진(6만6174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평가위원회는 "감사기구의 준수성 점수가 높을수록 외부감사인에게 지급하는 시간당 감사보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기업지배구조 관점에서 감사위원회가 제 기능을 수행할 때 외부감사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함으로써 외부감사가 충실히 수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평가위원회 이재권 위원장과 박종성·이수화 위원이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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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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