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 이야기│(38)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

"정부·지자체 절수형 양변기 설치에 소극적"

2020-06-17 11:38:25 게재

양변기부품 47년 인생

수도법 절수형 명시

공공화장실 교체 제안

전남 고흥에서 초등학교를 나왔다. 가난을 탈출하려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했다. 중화요리집, 장난감 노점상 등 닥치는데로 일을 했다. 1973년 22세 청년은 서울 답십리 자취방에서 창업했다. 그때 손에 쥔 돈은 지인에게 빌린 5만원이었다.

5년간 근무한 회사가 부도났다. 다른 직업을 전전하다 '내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창업했다. 회사는 2005년에 코스닥에 상장됐다.
송공석 대표가 지난달 29일 인천 사무실에서 양변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모두가 중국으로 떠날 때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고집하며 남았다. 47년 '외길'만을 걸어왔다. 이제는 어엿한 중소기업 리더로 자리잡았다.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의 인생이다.

와토스코리아는 화장실·욕실용 자재전문회사다. 양변기 대변기 세면기 등에 쓰이는 각종 부속품과 자재를 개발해 제조, 판매하고 있다. 송 대표는 반세기 동안 화장실 용품만 연구·개발했다.

지난달 29일 인천 계양역 인근의 송 대표 사무실을 찾았다. 문을 열자 양변기와 비데가 먼저 반겼다. 손때가 묻은 소파 앞에 양변기와 비데가 자리잡고 있었다. 와토스코리아가 개발한 '절수형 양변기'다.

"정부가 물 부족을 걱정하면서 실제 행동은 미적댄다. 양변기의 물 사용량을 조금씩만 줄여도 매일 수억톤의 물을 아낄 수 있다."

송 대표의 첫마디다. 그의 요즘 고민은 물 부족 해결과 일자리 창출에 있다. '절수형 양변기'를 개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의 소극적 태도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법 개정안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규칙에는 대변기(양변기)의 잘 보이는 곳에 반드시 물 사용수량을 표시하도록 규정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회 물 사용량이 6리터를 초과하지 않는 절수형 양변기를 설치하도록 명시했다.

정작 현실은 다르다. '다만, 변기 막힘 현상이 지속되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경우는 제외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절수형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준 것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양변기 중 대부분은 물 사용량이 10리터 짜리다. 물을 많이 쓰는 제품은 12리터 규모도 있다. 수도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한 6리터보다 물 사용량이 두배나 많은 셈이다."

송 대표는 "법을 만든 정부가 실천하기 위한 행정조치에 미온적이고, 지방자치단체도 나몰라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의 공중화장실부터 절수형 양변기 설치를 제안했다. 기존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10리터 양변기는 약 2000만개로 추정된다.

이를 절수형양변기로 교체하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약 9억톤의 물을 절약한다. 이는 수돗물 총 생산량의 15% 정도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톤당 3500원씩(일반용 기준 평균단가), 1년에 3조1500억원에 달하는 물값을 줄일 수 있다.

절수형 양변기는 대당 25만~30만원이다. 양변기 제조사들은 제품교체를 통해 절수되는 물값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면 교체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특히 양변기 교체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 국내 제조사들이 연간 공급할 수 있는 양변기는 약 200만대 정도다. 한대를 교체하는 데 한명이 꼬박 6시간 정도를 매달려야한다. 200만대를 교체하려면 연인원으로 200만명 정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전국 2000만대 양변기를 절수형으로 바꾸는 데 10년이 걸리고, 그만큼의 일자리 역시 10년 정도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이같은 생각을 환경부에 전달했다. 환경부는 묵묵부답이다. 국회에도 호소했다. 체험해보고 판단하라고 한 의원실에 4리터 양변기를 설치했다.

얼마전 관련 업체 60여곳을 모아 한국욕실자재산업협동조합를 결성하고, 'K-TOS' 브랜드를 만들었다. 'K-TOS'는 한국화장실기준(KOREA TOILET STANDARD)의 영문 약자다.

외길 인생을 걸어온 송공석 대표. '물 부족문제 해결'과 '일자리창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바쁘다. 다시 시작된 그의 도전기가 주목된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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