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난민들이 만난 한국의 민낯

정식 난민심사도 받지 못한 채 강제송환

2020-06-17 11:02:41 게재

난민신청 188명 중 13명만 정식심사 받아

세계 난민의 날 앞두고 인권침해 사례 공개

난민신청을 했지만 정식심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결정을 받고, 그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소송기간 동안 인천공항에 갇혀 지내야 했던 루렌도 가족. 오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앞두고 난민인권을 옹호하는 단체들은 루렌도 가족처럼 공항이라는 경계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공항난민’들의 사례를 공개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가 16일 공개한 ‘2019년 한국의 공항, 경계에 갇힌 난민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188명 중 정식으로 난민심사를 받은 사람은 13명뿐이었다. 나머지 175명은 정식으로 심사를 받을 기회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2013년 '출입국항 난민신청제도'가 도입되면서 공항에서도 난민신청이 가능해졌지만 이들은 곧바로 난민인정심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심사에 회부할지 여부부터 판단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심사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절차적 보장이 제도적으로 부재한 데다 외부의 조력으로부터 차단돼 있고 심사결과에 대해 신속하게 다툴 수도 없다"며 "위법한 강제송환과 여권압수의 관행 등 인권침해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신청을 해서 정식심사에 회부될 기회를 얻었을 경우에는 그나마 조건부 입국허가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난민법에 명시돼 있지만 정식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았을 때가 문제다. 신청자들은 이 결정을 취소하기 위한 소송을 걸 수 있지만 그 기간이수개월 이상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는 입법 공백으로 남아 있다.

공항 송환대기실이나 환승구역에 장기간 머물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빈번하다는 게 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경제적 형편상 송환대기실에 머무를 경우 사실상 구금상태에 놓이게 되고 좁은 공간에 100명 이상의 외국인이 수용돼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니면 루렌도 가족처럼 공항 출국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내야하는 상황이 되곤 한다.

변호사 접견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에 따르면 변호인 접견 직전에 강제송환시켜 접견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 당일 강제송환될 수 있다는 난민신청자의 연락을 받고 접견을 신청했지만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사례 등이 있었다. 이 변호사는 “법률이 공항난민의 변호인 접견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 행정당국이 이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관련 법규정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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