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민주사법개혁의원모임·민주연구원, 민주사법개혁 연속 세미나

"21대 국회, 사법농단 법관 탄핵소추해야"

2020-06-19 10:35:30 게재

임지봉 교수, 사법농단 의혹사건의 위헌성 제기 … 법관 관료구조 해체 위해 사법행정위원회 신설도

21대 국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법개혁 과제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졌던 사법농단 비리 법관들에 대한 탄핵 소추가 제기돼 눈길을 끈다. 또 사법행정 민주화와 법관 관료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한 '사법행정위원회' 신설방안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내 민주사법개혁의원모임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18일부터 7차례 민주사법개혁 연속 세미나를 열고 검찰개혁, 법원개혁 등 개혁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점검에 나섰다.

의원모임과 민주연구원은 첫날인 이날 '법원개혁 입법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좌장을 맡은 박주민 의원은 "검찰 개혁과 법원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사법 시스템을 만들어서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사법개혁 연속 세미나 (법원개혁 입법과제)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임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21대 국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법개혁 과제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졌던 사법농단 비리 법관들에 대한 탄핵 소추를 제기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사법농단 의혹사건의 위헌성 3가지 =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세미나 발제문을 통해 21대 국회가 법원개혁과 관련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사법농단 비리법관 탄핵소추와 법원조직 개정을 통해 법원행정의 대대적 개혁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우선 "법원개혁과 관련해 21대 국회가 시급하게 사법농단 사태 법관탄핵을 해야 한다"며 "탄핵을 통해 처벌해야 재발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법관탄핵의 근거로 사법농단 의혹사건들의 위헌성을 들었다.

'법관의 독립'을 헌법이 규정하고 있음에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는 개별 법관들을 사찰하고 재판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사항들을 중심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으며, 이는 사법상층부에 의한 헌법상 '법관의 독립' 침해라는 주장이다.

또 사법농단은 헌법상의 삼권분립원리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는 국민들의 피와 눈물이 밴 사건들과 관련해 공정한 재판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려 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상고법원 설치와 관련한 협조를 얻기 위해 그 사건 재판을 '희생 제물'로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에 갖다 바친 의혹을 사고 있다"며 "삼권분립원리를 기본원리로 하는 현행 헌법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 = 이와 함께 사법농단 의혹사건들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헌법 제27조는 '재판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받을 권리' 속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돼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임 교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사례로 사법농단 의혹사건의 하나로 지목된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들었다.

일제 강제징용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배상책임을 인정받은 일본 전범기업들이 대법원에 재상고한 후 6년 가까이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다. 재상고 후 곧 기각판결이 예상되던 사건이었다.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에서 일본 전범기업의 손을 들어줬던 하급심 판결이 파기환송됐다. 서울고등법원이 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일본 전범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일본 전범기업측이 재상고했지만, 상고심 판결 후 재상고 시점까지 대법원의 입장을 바꿀만한 현저한 사정변경이 발생하지 않았다.

임 교수는 "대법원이 재상고심 판결을 미룬 세월동안 9명의 강제징용 소송당사자분들 중 8명이 돌아가시고 1명만 남았다"며 "누가 보더라도 헌법이 보장한 공정한 재판이 결코 아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라는 법언이 이 사태를 잘 웅변해준다"고 밝혔다. 일제 강제징용 사건에서 강제징용 소송당사자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사법농단에 관여한 현직 법관들이 헌법상의 법관 독립, 삼권분립원리, 국민의 신속·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로 직무상 위헌행위를 한 것이 명백하다면 탄핵으로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어쩌면 비리법관을 걸러내기 위해 진작 활용했어야 할 법관탄핵을 활용하지 않은 것이 오늘과 같은 엄청난 위헌적 사법농단 사태를 일으키게된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9년에 신영철 당시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재에서 직무상 위헌행위를 했다는 탄핵결정이 내려졌다면 지금 상황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가끔 해본다"며 "그때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구제, 재발방지책 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온 것은 아닐까"라고 반문한 뒤 "이번에는 국회가 제대로 나서야 한다. 역사에서 배워야 발전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법부 관료화 방지해야 = 이와 함께 임 교수는 우리 사법부의 고질적 병폐인 관료화를 방지하기 위해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한 사법행정위원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임 교수는 "법원 행정이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대대적으로 개혁돼야 한다"며 "지금 너무 관료화돼 있어 법관들이 행정부 공무원처럼 돼 있고, 승진에 목을 매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 내부의 사법발전위원회나 대법원규칙으로 만든 현재의 사법행정자문회의로는 민주적인 법원 개혁을 이루기 어렵다"며 "사법의 민주성'을 회복하기 위해 법원 내부뿐만 아니라 법원 외부의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여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민주적인 법원개혁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기구의 구성과 관련해 서는 유럽 여러 나라들의 사법행정위원회 제도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며 "미봉적인 법원 개혁으로는 국민의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혁명적이고 민주적인 법원 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혁방향은 사법행정 민주화 = 이날 세미나에서 보조 발제를 맡은 서선영 변호사(민변 사법센터)는 "사법농단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양승태가 문제가 아니라 대법원장이 바뀌면 또 그럴 수 있다"며 "우선 순위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고, 사법행정 개혁과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법원 권력, 법관의 관료화에 대한 개혁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되며 법원 개혁의 우선순위에 배치되어야 한다"며 "사법농단 사태로 사법행정이 민주화되지 않으면 재판제도 자체가 흔들린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개혁의 방향은 사법행정의 민주화 및 법관 관료구조의 해체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법원개혁 입법과제로 △사법행정 민주화와 법관 관료 구조 해체(대법원장의 사법행정총괄권 삭제 및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법원행정처 탈판사화 및 법원사무처로의 전환, 법원장 호선제, 법관의 파견 및 심판외직 원칙적 겸임 금지) △법관의 책임성 강화(법관 평가 및 징계제도 개혁)를 제시했다.

한편 민주사법개혁의원모임은 앞으로 △재판제도 개혁 △검찰개혁 입법과제 △경찰 및 정보기관 개혁입법 과제 △표현의 자유와 정보인권 △국회개혁 입법과제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속 개최할 예정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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