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 견제 강화' 지배구조법 재추진

2020-06-23 12:27:20 게재

'특경가법 위반' 대주주 결격사유에 추가 … 내부통제 부실 제재근거 마련, 감사위원 독립성 강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법률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임기가 만료돼 폐기된 것과 같은 내용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2016년 8월 시행됐지만 금융회사의 실제 지배구조 운영에 있어 투명성과 책임성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 다시 추진하는 금융위원회│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CEO의 견제를 강화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간담회에서 업무 보고를 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은행장들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려 논란이 됐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법적 제재 근거를 분명히 했다.

내부통제와 위험관리기준 준수를 위한 관리의무 소홀로 다수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거나 금융시장 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책임있는 임원들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대주주 적격성심사요건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은 경우'가 추가됐다. 현재는 '금융관련 법령,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에 대해서만 대주주 결격사유가 되지만 앞으로는 특경가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금융위는 "특경가법에 해당되는 죄는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중범죄로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도와 직결되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주주가 금융위의 의결권 제한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식 처분명령'을 부과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개정안에는 감사와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됐다. 상근감사와 감사위원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과 동일하게 동일금융회사에서 6년(계열사 합산9년)을 초과해 재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감사위원의 임기를 '최소 2년 이상'으로 보장하고 감사위원의 직무전념성 강화를 위해 업무연관성이 큰 보수위원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제외하고 이사회 내의 다른 위원회 겸직을 제한했다.

또한 상임감사위원이 없는 금융회사는 업무집행책임자 중에서 감사위원회 지원부서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내부감사책임자) 선임을 의무화했다. 금융위는 "일상적 감사업무에 전념할 수 없는 감사위원회를 보좌해 내부감사책임자가 감사업무를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내부감사책임자의 선임 방법(감사위원회 의결)과 임기(최소 2년 이상), 보수지급기준(재무성과연동 금지)은 준법감시인에 준해서 보장하기로 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독립성과 금융회사 임원의 보수 공시도 강화된다. 임추위에 대한 경영진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사위원 및 사외이사 선출을 위한 임추위 결의에 대표이사의 참석과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임추위 위원 본인을 임원 후보로 추천하는 임추위 결의에 위원 본인의 참석을 금지시켰다.

사외이사와 감사·감사위원에 대해서는 회사의 재무적 성과와 연동하지 않는 별도의 보수체계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보수를 회사의 재무적 성과와 연동시킬 경우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동력이 약해서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임원의 보수총액 또는 성과보수 총액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보수체계연차보고서에 이를 상세히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대상은 보수총액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과 보수총액 상위 5인으로서 5억원 이상인 미등기임원, 성과보수 총액이 2억원 이상인 임원 등이다.

정부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관련 시행령과 감독규정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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