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내에 일본군 감옥?

2020-06-29 11:10:58 게재

용산구 '위수감옥' 조명 … 보존·활용방안 모색

군법을 어긴 일본 군인과 군속을 가뒀던 감옥이 용산 미군기지 내에 존재한다. 용산구는 용산문화원과 함께 '용산위수감옥 역사성·장소성 규명 학술심포지엄'을 열고 효과적인 보존·활용방안을 모색했다고 29일 밝혔다.

위수감옥은 일제강점기인 1909년 용산에 주둔했던 일본군 20사단이 기지 내에 건설했던 군 시설이다. 111년이 지난 지금, 건물 일부이긴 하지만 용산 미군기지 안에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용산구는 근대 역사문화유산으로서 위수감옥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밝히고 보존·활용법을 찾기 위해 학술대회를 열었다.

김천수 용산문화원 역사문화연구실장이 주제발제를 맡아 '일제강점기 위수감옥의 역사'를 공유했다. 김 실장은 특히 각종 문건과 신문기사를 발췌, 의병장 강기동(1884-1911) 선생을 재조명했다. 강기동 선생은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된 뒤 일본군 헌병보조원으로 발탁, 경기도 양주군에서 근무했던 인물. 일제가 의병을 탄압하는 실상을 접한 뒤 의병으로 전향해 양주와 인근 포천 등지에서 활약했다.

일제는 남한대토벌 작전을 펼쳤고 선생은 이를 피해 북간도로 움직이다 1911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붙잡혀 서울로 압송, 4월 17일 총살당한다. 김 실장은 "강기동 선생 외에도 대한제국 소속 군인들이 헌병보조원이나 의병으로 활동하다가 붙잡혀 위수감옥에 구금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적인 사료 발굴,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혜영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조경 관점에서 위수감옥을 분석하며 설계방향을 제기했다. 그는 "용산기지에 새겨진 중층의 역사와 이야기를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며 "단순한 표지판이나 설명문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주백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은 토론자로 참여해 "(용산공원 관련) 각론을 다루기는 처음"이라며 "공론화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용산구는 학술대회 외에도 공원화사업에 지역과 주민들 의견을 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민 의식조사, 용산공원 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에 이어 주변지역 역사문화 워킹투어도 예정하고 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용산공원화 사업 핵심은 역사성과 장소성"이라며 "지속적인 학술대회 개최, 시민들과 내용 공유를 통해 온전한 공원 조성에 한걸음 더 다가서겠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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