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중단한 젠투 펀드에 해외 투자자들도 많아"

2020-07-09 11:35:04 게재

투자한 해외채권 폭락

개인투자 2000억원 규모

1조3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중단을 통보한 홍콩계 사모펀드 젠투파트너스가 해외투자 채권의 폭락으로 손실이 커지면서 법률검토를 거쳐 환매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젠투파트너스 펀드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자들도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판매한 펀드에 대해서만 환매를 중단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문제를 삼을 수 있어 펀드 전체의 환매를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젠투는 브라질 채권 등에 투자했지만 채권가격이 폭락하면서 손실을 봤다"며 "투자자들을 속인 라임이나 옵티머스 펀드 등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투자자들의 젠투 펀드 가입규모가 1조원 가량이며 개인투자자들이 20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젠투파트너스는 이달 3일 국내 펀드 판매사들에게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펀드'와 'KS 코리아 크레딧 펀드' 전체에 대한 환매를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젠투 펀드를 판매한 곳은 신한금융투자(4000억원) 키움증권(2600억원) 삼성증권(1400억원) 우리은행(900억원) 하나은행(420억원) 한국투자증권(170억원) 등이다.

젠투 펀드는 해외 채권 폭락과 함께 과도한 레버리지(차입)가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젠투는 일부 펀드에 대해 해외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투자하면서 '운용사의 보유 자산이 일정 규모 이하로 떨어지면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운용차입금 중도상환(AUM트리거) 조항을 맺고 있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코로나19로 젠투가 투자한 해외 채권가격이 하락해 보유자산이 급감하자 트리거(중도상환 조항 실행)가 발생, 환매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젠투파트너스를 대리하는 인사가 국내 판매사들을 만나 이같은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은 젠투 펀드가 당초 설계했던 것과 다르게 운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젠투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우량등급 금융채 45%, 국내외 은행 코코본드 및 후순위채 40%, 회사채 15%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로 홍콩 현지에 검사팀을 파견하지 못하게 되면서 홍콩 금융당국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금감원 홍콩사무소는 지난해 5월 문을 닫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젠투 문제뿐만 아니라 홍콩H지수에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등의 규모가 50조원에 달하는데, 홍콩사무소 폐쇄로 현지 상황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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