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트럼프 이민봉쇄, 올해 영주권·취업비자 대폭 감축

2020-07-13 11:41:51 게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 건강보다는 재선을 우선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1월 대선이 다가오자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잇따라 시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주권 및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갖가지 조치들을 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잇따라 취한 이민봉쇄 조치로 올 한해 영주권은 31만개, 취업비자 16만7000개나 줄어들 것으로 예고됐다.

남쪽 국경장벽 둘러보는 트럼프 대통령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애리조나 주 샌 루이스에서 200마일(321㎞) 길이의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기념식에 참석해 장벽을 둘러보고 있다. 샌 루이스 AF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3월부터 잇따라 취한 이민봉쇄 조치로 올 연말까지 한국 등 외국에서의 이민비자와 취업비자 발급이 전면 중단돼 30%이상 축소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미국이민 희망자들에 대해 영주권이나 취업비자 발급을 올 연말까지 중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한해 110만개를 발급하는 그린카드와 취업비자 발급을 30% 이상 대폭 줄이려 하고 있으며 이는 자신의 반이민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선거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 미국 영주권, 비자 중단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단속을 전담하고 있는 ICE(이민세관집행국)는 미국 유학생들이 올 가을 학기에 온라인으로만 수강할 경우 유학생비자를 취소하고 귀국을 요구하겠다고 예고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재악화로 대부분의 대학이 올 가을 새학년 새학기에도 정상수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유학생들에게는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만 수강하면 학생비자를 취소시키겠다는 강경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각 대학들이 올 가을 학기에는 학교 문을 열고 직접 대면 수업을 실시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에 필요한 초강경 이민비자정책으로 유학생들의 귀국을 유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22일에는 H-1B전문직, H-2B비전문직, L-1주재원, J-1교환연수 비자의 발급을 올 연말까지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때문에 현재 한국 등 해외주재 미국대사관과 영사관에서는 지난 3월 중순부터 미국비자 발급이 유례없이 장기간 중단되고 있어 미국행을 가로막고 있다.

이보다 두 달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2일에는 한국 등 해외에서의 이민비자 발급도 중지시키고 있다. 미국에 이미 들어와 거주하며 영주권과 비자를 수속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계속 진행할 수 있으나 한국 등 해외에서 미국이민을 승인받았다고 해도 이민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미국에는 입국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각종 이민수속을 중단시키다 보니 이민비자 수수료가 급감하는 바람에 수수료로 운영되고 있는 이민서비스국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하고, 이는 미국내 이민수속의 극심한 적체와 지연사태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토안보부는 이민비자 수수료의 급감으로 이민서비스국(USCIS)의 전체 직원 2만명 가운데 70%인 1만3400명에 대해 연방의회에서 특단의 예산지원이 없으면 8월 3일부터 무급휴가에 돌입할 것이라고 공표해 놓고 있다.

이민서비스국 직원들이 70%나 무급휴가에 들어가면 미국내 이민페티션과 영주권, 비자 수속도 사실상 중단돼 심각한 지연과 적체를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한해 영주권 발급이 급감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조치로 수많은 미국 이민 또는 취업 희망자들이 발이 묶이고 자연스럽게 미국의 영주권, 비자 발급이 급감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워싱턴의 이민싱크탱크인 MPI(이민정책연구소)는 현재까지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만으로 올 한해 영주권은 31만2000개, 취업비자는 16만7000개 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영주권 31만, 취업비자 17만개 축소

한해 110만개 안팎이 발급돼온 영주권은 해외 수속을 중단하는 바람에 시민권자 부모들이 받아온 그린카드 6만6782개가 줄어들 것으로 MPI는 계산했다. 또한 가족초청이민 영주권 발급도 올 한해 18만4912개가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 14만개의 영주권이 발급되는 취업이민에서는 해외 수속 비율이 낮기 때문에 2만1272개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합하면 트럼프의 코로나 반이민 조치로 한해 발급하는 전체 영주권의 30%나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이민 오려는 신청자들 중에 가족초청 이민은 대부분 한국 등 외국에 거주하며 수속하고 있다가 이번에 수속중단 사태를 겪고 올해는 승인받아 미국에 들어올 길이 막막해진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반면 취업이민 희망자들의 대다수는 이미 미국에 들어와 수속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한국 등 외국 대기자들만 주로 피해를 입고 미국수속자들은 거의 손해를 보지는 않게 된다.

최근 올 연말까지 해외 비자 발급을 중단한 조치로 H-1B전문직 취업비자는 2만 9000개, H-4가족 비자는 1만 9000개 줄어들 것으로 MPI는 계산했다. 또한 J-1교환연수비자는 7만 2000개, 그 가족 J-2비자는 1만 1000개가 축소될 것으로 나타났다. L-1주재원 비자는 올해 6000개, 그 가족 L-2비자는 7000개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코로나 사태를 내세워 갖가지 이민비자 봉쇄 조치를 취함으로써 영주권과 취업 비자 발급을 30%이상 대폭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와 반이민 지지층 결집에도 활용하려는 의도로 분석 되고 있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