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론에 충청권 부동산 들썩

2020-07-27 12:28:50 게재

세종시 "택지공급 충분"

'상가악몽' 재연될 수도

행정수도 완성론이 제기된 가운데 세종시를 비롯 인근 충청권 아파트 값이 들썩이고 있다. 자칫 수도권 아파트 값을 잡으려다 충청권 아파트 값까지 올려놓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7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97%로 전국에서 가장 상승폭이 컸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0.12%였다. 전주에도 세종시는 1.4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고공행진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21.36%로 전국 1위다. 각종 교통호재에 인근 대전과 충북 청주시가 부동산 규제지역에 포함된 6월 이후 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니 행정수도 완성론이 나오고 나서는 아예 매물이 사라졌다.

같은 기간 세종시 주변 도시들의 상승률도 심삼치 않다. 충남 공주시(0.96%), 충남 계룡시(0.66%)도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6.17대책 이후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인 대전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대전지역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이후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6.17 이후에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7월 셋째주 0.20%로 또 다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대전과 청주시가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충남 천안시도 들썩이고 있다. 천안시는 지난 24일 천안푸르지오 레이크사이트 아파트 분양가를 3.3㎡ 당 1167만원으로 최종 승인했다. 당초 이 아파트는 1400만원을 신청,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다. 결국 233만원을 내린 가격이지만 천안시에선 처음으로 3.3㎡ 1000만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세종시는 중심으로 인근 충청권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단 충청권 지자체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일시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끓을 수 있지만 지방의 부동산 문제는 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수도권처럼 택지를 구하지 못해 집을 집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공급을 늘려야 한다면 현재 조성 중인 생활권 택지를 좀 더 일찍 개발해 공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시의 이 같은 설명에도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자칫 부동산 가격 상승이 행정수도 완성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상가의 경우 초기 높은 분양가가 높은 임대료로 이어졌고 결국 현재 심각한 상가 공실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인구에 비해 임대료가 너무 비싼데도 하방경직성으로 상가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거품이 낀 상가 가격이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세종시 현안까지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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