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들이 인터넷 쇼핑몰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이유

2020-08-04 11:23:40 게재

고객과 유대 강화해 예금·대출로 연결

중소기업에는 금융 및 판매채널 등 지원

"더 나은 금융서비스 제공하기 위한 것"

인터넷 쇼핑이 일상이 된 가운데 그동안 자금 거래의 뒷단에 머물러있던 중국의 상업은행들이 최근 몇년 사이 직접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어 전자상거래 시장 전면에 나섰다.

1일 중국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4대 은행인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농민은행은 독자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교통은행, 상하이푸동개발은행, 광대은행 등도 마찬가지다.

공상은행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출시된 지 3년 만에 연간 거래금액이 1조위안(171조원)을 돌파했다.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1조위안에 이르기까지 12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아주 빠른 속도다.
중국의 한 공장에서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중국 상업은행들은 자체 쇼핑몰을 구축해 중소기업 등의 판매자들이 판매 채널을 넓히고 시장을 개척하고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은행협회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자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보유한 은행은 23곳이며, 2018년 은행계 전자상거래 총거래금액은 2조98억위안(343조원)이었다. 이는 공상은행의 시장점유율이 절반이라는 얘기다.

선두 그룹의 빠른 발전은 은행이 전자상거래 사업에 선천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2019년 이래 주요 은행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연간 보고서 등에 거래규모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다른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9년 광군제 때 톈마오는 21초만에 거래금액이 10억위안(1700억원)을 넘었으며, 징둥닷컴의 연간거래금액은 2조위안, 핀둬둬는 1조위안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은행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뒷심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사실 은행의 전자상거래는 금융, 고객 등의 여러 장점이 있지만 애프터서비스, 소비자 경험 불만족 등으로 '계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흥업은행이 전자상거래 플랫폼 영구 폐쇄를 발표하면서 은행이 전자상거래를 꼭 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일기도 했다.

이 신문과 인터뷰한 전자상거래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관점에서 볼 때 은행이 전자상거래를 하는 것은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은행의 관점에서 전자상거래는 단순한 전자상거래가 아니라 금융 서비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라면서 "은행은 더 나은 금융을 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전신은 은행 신용카드 포인트몰이었다. 은행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은 이것이 금융서비스의 부가상품이라는 의미다. 포인트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은행 쇼핑몰에서 소비를 하지만 사실은 실속만 챙기고 떠나는 '체리 피커'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은행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은 "주요 은행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유명하고 비싼 제품을 종종 산다"면서 "예를 들면 어느 은행 쇼핑몰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우량예 1병을 1099위안에 살 수 있는데, 이 가격은 핀둬둬나 징둥에 비해 80위안 정도 싼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주유카드, 금, 항공사 마일리지 등으로 교환하는 게 인기상품으로 꼽힌다.

현재 모든 은행의 쇼핑몰에서 소비자들는 물건을 할부로 구입할 수 있고 많은 은행들이 수수료 감면을 통해 고객들에게 소비를 권장한다. 편리한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과 비교하면 은행 쇼핑몰의 고객전환율, 고객활동비율은 여전히 낮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쩌다 한번씩 소비를 할 뿐이다.

전자상거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체리 피킹'을 많이 하고 있으며 은행은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을 많이 나눠주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소비 보조금에 의존하고 쇼핑몰 입점 판매자는 판매 보조금에 의존해 자생적인 상업 생태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소비자금융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쇼핑몰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마일리지를 통해 고객과의 유대를 강화해 예금이나 대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기업 고객과의 연계를 강화하면 더 많은 중소기업 고객을 지원하고 서비스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현재 은행의 전자상거래의 주요 모델은 B2C+B2B로, 온라인 상품 거래 외에도 온라인 결제 및 대출, 비즈니스 정보 매칭, 금융 부가가치 서비스와 같은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 대부분의 은행 쇼핑몰에 판매자는 무료로 입점할 수 있다. 은행은 보통 부정기적으로 입찰 공고를 내 판매업체를 선택하지만 요구 기준은 높은 편이다. 은행의 높은 신용도 덕분에 은행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했다는 것은 신용도가 좋다는 의미가 된다. 인지도가 부족한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금융서비스 측면에서는 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출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은행들은 거래 플랫폼 정보를 통해 기업의 신용도를 측정하고 리스크를 더 잘 통제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은행은 전자상거래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쇼핑몰 플랫폼에서 은행이 정보 매칭, 거래, 결제, 대출 등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구매자가 원스톱 구매를 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동시에 판매자는 판매 채널을 넓히고 시장을 개척하고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은 고객과 서비스를 확대했고, 이것은 현재 디지털화, 오픈 뱅킹, 금융 생태계와 같은 혁신적인 컨셉트를 구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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