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취약계층 목소리 높인다

2020-08-04 11:24:37 게재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별위원회 출범 … 대표적인 단체 미참여 한계

사회적 대화에서 여성·청년·비정규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4일 서울 종로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여성·청년·비정규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경사노위는 2018년 11월 출범이후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사회적 대화기구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경사노위 출범 당시 본위원회에 계층별 3명의 대표들을 참여시킨데 이어 이날 계층별 위원회 발족으로 노동약자의 이해를 대변할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여성위원회에는 김지희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장이 위원장으로 김미정 성평등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김영미 한국노총 금속노련 여성본부장,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 위원장, 은선심 한국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장, 정연실 한국노총 여성본부장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청년위원회에는 정보영 청년위원회 정책팀장이 위원장으로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2본부 차장,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대표, 진형익 전국청년정책네크워크 대표, 최유리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대표, 한지성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비정규직위원회 위원장은 문현군 한국노총 전국평등노조 위원장이 맡았다. 위원으로 곽상욱 한국노총 금속노련 정책국장, 박현호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소장, 이상국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총괄본부장, 장도준 한국공공·사회산업노조 기획교섭실장, 전선미 한국노총 공공연맹 조직실장, 최영미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 상임대표가 참여했다.

각 계층별 위원회의 핵심기능은 의제개발과 정책제언으로 관련 법·제도 개선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8월 중 첫 전체회의를 열어 논의의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여성위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방안 △채용상 성차별 금지방안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방안 △모든 노동자의 모·부성권 보호방안 등을 논의한다.

청년위는 △코로나19와 청년일자리 문제 △수습·인턴·실습·어시스턴트 등 청년 착취형 노동 근절방안 △성별·학력·지역 채용차별 개선방안 △청년부채 해결 방안 △노동시장 내 격차 해소방안 등을 다룬다.

비정규직위는 △사용자가 불명확한 노무제공자 보호방안 △민간위탁 사업장 비정규직 보호방안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지원방안 등을 모색한다.

계층별 위원회는 상설적으로 운영되며 계층위원 임기는 의제별·업종별 위원회와 같이 1년을 기준으로 한다. 각 위원회 논의결과는 경사노위 본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돼 처리되거나 심층논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 업종별·의제별 위원회 설립을 통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김 여성위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여성노동자의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차별과 경력단절로 상징되는 여성노동의 어두운 현실을 공론화하는 동시에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청년위 위원장은 "청년문제는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라며 "좁은 취업문, 노동시장 내 격차, 치솟는 집값 등 청년문제들을 사회적 대화의 장에 펼쳐놓고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비정규직위 위원장은 "비정규직위원회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배제된 민간위탁 노동자를 비롯해, 영세사업장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공동 출범식에서 "사회적 대화의 지평이 다양한 취약계층으로 확장되는 첫 출발을 알리는 사건"이라며 "계층별위원회의 출범은 특히 전국 수준의 노사단체가 중심이 됐던 노사정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는 경사노위만의 차별화된 강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계층별 위원회 출범은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같은 노사 지도부 만의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참여주체 확대'와 대표성 제고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담게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알바노조 한국비정규직센터 전국여성노조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대표적인 취약계층 조직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출범한 것은 한계다.

또한 청년이 여성이고, 여성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고유의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단적인 예로 최근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청년들에게는 '불공정'으로 인식돼 논란이 됐다.

임상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많은 경제사회 문제가 '을들의 전쟁'으로 귀결되는 대립을 해결하기 위한 '을들의 연대'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과제에 대해 임 교수는 계층별 위원회의 논의결과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고방안을 주문했다.

임 교수는 "계층별 위원회 의제가 기존 의제별·업종별위원회의 의제와 중복되는 경우 어떻게 효율적으로 담아낼 것이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각 위원회의 기능이 의제발굴에 그치면 역할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 무용론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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