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인 국제유가와 따로 노는 전기요금

2020-08-18 11:39:44 게재

저유가땐 소비자 피해보는 셈

원가에는 반영, 한전 실적 좌우

국제유가(두바이유)와 전기요금, 그리고 한국전력 경영실적은 밀접한 연관돼 있다. 일반적으로는 이 세가지 요소가 서로 정비례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그렇지 못하다.

연료비와 전기요금체계가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상반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실례로 올 4월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20.39달러까지 내려갔지만 전기요금은 고정돼 있었고, 대신 한국전력은 전력판매 실적보다 과도하게 영업이익을 올렸다.

18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기요금 조정에 핵심변수인 전력구입비(전력시장가격)는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가 결정한다. LNG연료비 단가는 두바이유 가격에 연동돼 결정된다.


국내 LNG연료비 단가는 한전 비용평가세부운영규정에 의해 5개월전 두바이유에 연동돼 결정된다.

예를 들어 2020년 8월 LNG연료비단가는 1개월 전인 7월에 도입했던 LNG 단가를 적용한다. LNG 도입단가는 한국가스공사 규정에 3개월 전(2020년 4월) 일본석유협회(JCC) 가격에 연동해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JCC가격은 1개월 전(3월) 두바이유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따라서 국내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LNG 발전기 연료비는 약 5개월의 시차가 있다. 이 가격은 도매가격이다. 한전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러한 체계를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소매가격인 국내 전기요금은 국제유가와 별개로 적용돼 왔다. 2000년 이후 지난 20년간 단행된 전기요금 조정 결과를 살펴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저유가인 상황에서 인상된 경우도 있고, 반대로 90달러 이상 고유가 상황에서 동결된 사례도 있다.

실례로 2000년 두바이유 1년 평균가격은 배럴당 26.31달러였는데 그해 전기요금이 4.0% 인상됐다. 두바이유 가격이 26.80달러로 전년대비 2.92달러 인하됐던 2003년에는 동결됐다.

두바이유가 94.29달러로 급등했던 2008년에는 심야 전기요금을 17.5% 인상(1월)하고, 용도별 평균 4.5% 인상(11월)했지만 96.56달러였던 2014년에는 요금조정을 단행하지 않았다.

2008년, 2011년, 2013년에는 1년에 두 차례 요금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두바이유가 배럴당 109.0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2년에는 한차례 인상(4.9%)에 그쳤다.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이 60달러대를 유지했던 2006년(61.59달러)과 2018년(69.66달러)에는 요금이 동결됐지만 2009년(61.92달러)에는 3.9% 인상되기도 했다.

또 2000년 이후 전기요금이 인하된 4차례의 경우 2019년을 제외한 2002년, 2004년, 2017년은 모두 전년보다 국제유가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료비가 올랐는데 소비자들이 내는 전기요금은 인하된 것이다.

2019년 7월 요금인하는 전년 여름철 폭염이 배경이 되었지만 2020년 4월 총선을 10개월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도 연관시켜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모두 전기요금이 시장원리에 따라 책정되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인 규제로 좌지우지해 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한편 2020년 들어 1월 64.32달러, 2월 54.23달러, 3월 33.71달러, 4월 20.39달러, 5월 30.47달러, 6월 40.80달러, 7월 43.30달러를 기록했다.

합리적으로 국제유가와 전기요금이 정비례한다면 2020년 8~9월 이후 전기요금이 급락해야 한다. 하지만 저유가 행진과 상관없이 올해 추가적인 전기요금 조정은 없었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적용받는 체계는 기존과 똑같아 어찌보면 손해보는 셈이다.

["전기요금 체계 '확' 바꾸자" 연재기사]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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