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 전기요금구조 소비자만 피해

2020-08-18 12:38:15 게재

저유가로 원가 급락해도

요금체계는 변함없어

올해 국제유가는 유례없는 저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전기요금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내는 전기요금은 변화가 없다. 원가가 내려가면 제품(서비스)요금이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그렇지 않다.

반면 한국전력은 올 상반기 8204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전력판매가 줄었고, 전력환경 개선 등 필수비용이 증가했는데 이익은 전년(-9285억원 적자)보다 오히려 1조7489억원 늘었다. 저유가에 따른 원가 하락으로 비용이 크게 줄어든 까닭이다.

이를 두고 기형적인 시장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기요금 체계에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다보니 원가와 소매요금, 사업의 영업실적이 각각 따로 움직인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흐름은 ‘내일신문’이 2000년 이후 전기요금과 국제유가, 한전의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예외없이 반복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요금 개편시점과 내용을 살펴보면 왜곡된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2000년부터 2020년 8월 현재까지 20년간 전기요금 조정은 총 17차례 있었다. 이중 요금인상이 단행됐던 시점은 각종 선거가 없는 해이거나 선거 이후였다. 반면 전기요금이 인하됐을 때는 선거가 있는 해이거나 선거 이전에 단행됐다. 전기요금 조정이 정치적 사이클에 의존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요금체계는 가격과 소비구조를 왜곡시켰다. 1차 에너지인 석유·가스 가격보다 2차 에너지인 전기가격이 저렴하다보니 비효율적 과소비를 부추겼다.

소비자 의식도 국제유가가 오르면 휘발유 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게 여기면서 전기가격이 오르는 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 구조를 설명하자면 사용은 현재세대가 하고, 책임은 미래세대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그나마 올해는 유례없는 저유가로 한전이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원가이하인 전기요금으로 한전의 적자가 심화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한전은 송·배전 시설 등에 매년 약 8조원을 투자한다. 그러나 재무구조가 나빠지면 신용등급이 내려가고, 그렇게 되면 자금조달시 금리가 올라간다. 결국 미래세대가 그 부담을 져야 한다.

대안으로 제기되는 것이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이다.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조택희 충북대 교수와 남윤명 충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재정지출의 효율성에 관한 연구’에서 “적정한 공공요금은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고, 생산·공급자에겐 적절한 이윤을 제공해 투자여력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적정한 공공요금은 과소비 또는 급격한 소비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아울러 공급자의 재정악화를 가져오고, 국민의 재정 부담과 미래 채무부담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체계 '확' 바꾸자" 연재기사]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