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요금 20년간 4.7% 인하

2020-08-19 11:25:14 게재

원가의 70.4% 수준에 불과

겉으론 '서민경제 안정' 강조

속으론 표심겨냥 '인상 억제'

주택용 전기요금은 최근 20년간 오히려 4.7% 인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용도별 전기요금은 일반용을 제외하곤 모두 원가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내일신문'이 2000년부터 2020년 8월까지 21년간 용도별 전기요금 인상률과 원가회수율을 분석한 결과다.

◆일반용 요금만 원가보다 높아 = 주택용 요금은 2000년 이후 17차례 조정과정 중 7차례 인상됐고, 5차례 인하됐다. 그러나 인상·인하 추이에 요금조정률 산식을 적용한 결과 현재까지 4.7% 인하됐다. 2017년 1월 누진제를 대폭 개선하면서 11.6% 인하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교육용과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각각 18.6%, 13.6%에 그쳐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적었다. 농사용은 최근 20년간 5차례(2000년 11월, 2005년 12월, 2012년 8월, 2013년 1월, 2013년 11월) 인상됐을 뿐 다른 인상시기에는 동결됐다.

반면 산업용은 89.6% 인상됐다. 20년간 17차례 전기요금 조정 과정에서 산업용은 13차례 인상됐으며, 2005~2013년 동안에는 11차례 연속 오르기도 했다. 그 결과 산업용은 2014년 이후 원가회수율이 100%를 넘은 것으로 추정(2019년은 99.8%로 하락)된다. 이 수치는 다양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의 평균치다. 산업용 요금은 계절별·시간대별 다른 '차등요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20년간 전기요금 인상률과 달리 원가회수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전기요금 구조가 얼마나 시장기능을 외면한채 정책적으로 낮은 요금을 책정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2019년말 기준 용도별 원가회수율은 농사용 35.9%, 주택용 70.4%, 교육용 80.7%, 산업용 99.8%로 모두 원가보다 전기요금이 낮다. 일반용만 104.3%로 유일하게 원가보다 높게 책정됐다. 용도별 평균 원가회수율은 93.9%다.

◆정부, 2013년 이후 원가 공개 안해 =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2012년까지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했으나, 2013년 이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종합(용도별 평균) 원가회수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100%에 육박해지자 전기요금 인하여론을 사전에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용도별 원가를 마지막으로 공개했던 2012년 종합 원가회수율은 88.4%였으나 미공개로 전환된 첫해 2013년 95.1%로 치솟았고, 2014년 100%를 넘어섰다. 2013년에는 1월, 11월 두차례 전기요금 인상이 단행됨으로써 원가회수율 공개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된다.

원가자료를 공개했던 2005~2012년 전기요금은 원가회수율 전체평균이 100%를 넘은 해가 단 한번도 없었다.

종합 원가회수율은 2014년 100.1%, 2015년 106.4%, 2016년 106.7%, 2017년 101.1%로 4년 연속 100%를 넘어섰다. 이중 2015~2016년의 원가회수율이 유난히 높았던 것은 국제유가가 급락한 영향이 크다. 두바이유 연간 평균가격은 배럴당 2013년 105.25달러에서 2014년 96.56달러로 하락했다가 2015년 50.69달러, 2016년 41.41달러로 추락했다.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을 용도별로 구분해 보면 주택용은 2005년 106.2%, 2006년 103.8%로 100%를 넘겼다. 이어 2007년 처음으로 100% 아래인 99.2%로 하락한 이후 80~90%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2017년 78.3%, 2018년 72.2%, 2019년 70.4%로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1월 1일부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기존 6단계(11.7배)에서 3단계(3배)로 대폭 축소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2019년 7월 한차례 더 인하돼 원가회수율을 더 끌어내렸다. 2019년 주택용 원가는 kWh당 149.2원으로 추정되는데 비해 판매단가는 105.0원에 불과해 원가회수율이 70%에 턱걸이하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산업용 요금 최근 급속히 인상 = 이에 비해 산업용은 2008년 원가회수율이 73.5%에 그쳤으나 2011년 87.5%, 2013년 97.9% 등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다 2014년 103.9%로 처음 100%를 돌파했다. 산업용은 2014~2018년 원가보다 비싸게 판매해온 것으로 분석됐으며, 2019년에는 99.8%로 소폭 하락했다.

과거 산업용 요금이 원가에 못 미쳤던 것은 기업·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의도적으로 낮은 요금수준을 유지했던 데 기인한다.

그러나 대기업 특혜의혹 여론이 형성되면서 산업용 요금인상이 급격히 진행됐다. 2005년 12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전기요금이 조정됐던 11차례 중 한 차례도 빠짐없이 인상됐다. 2008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9.1% 인상되기도 했다.

일반용은 중간에 원가회수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용도별 요금 중 유일하게 2019년 현재 100% 이상(104.3%)인 것으로 파악됐다.

요금구조를 개선하려면 주택용 전기요금이 특별히 낮게 책정된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8년 한전 전력판매현황을 살펴보면 주택용 고객은 1531만7000호로 전체 고객 2350만2000호의 65.2%를 차지한다. 산업용은 42만1000호(1.8%)에 그쳤다.

그만큼 정치권 입장에선 전기요금을 인상해 표심을 자극할 필요가 없고, 낮은 전기요금으로 대중의 환심을 사려한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안병근 조선대 교수는 '공공요금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정치적 특성' 논문에서 "역대 집권당은 각종 선거가 임박했을 때 서민경제 안정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요금인상을 억제해왔다"며 "정부여당은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칠 때 그것이 표심으로 이어지느냐를 중시한다"고 진단했다.


["전기요금 체계 '확' 바꾸자" 연재기사]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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