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저울 만들던 그곳

2020-08-25 11:30:36 게재

용산구 원효로 '평식원' 터

대한제국 시기 저울과 자 등 도량형 도구를 만들고 검사하던 정부 기관은 어디일까. 서울 용산구가 지역 소식지 '용산구소식' 9월호에 '역사문화탐방' 내용으로 도량형 제조소 평식원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현재 용산꿈나무종합타운이 들어선 원효로1가는 대한제국 시기 평식원이 있던 자리다. 1897년 10월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황제는 자주독립을 위한 광무개혁 일환으로 황제 직속 기구인 '궁내부'에 평식원을 설치했다. 자나 저울과 같은 도량형 도구를 만들고 검사하던 기관이다.

평식원은 1902년 운영을 시작했고 대한제국은 같은 해 10월 '도량형 규칙'을 반포했다. 중앙과 지방에서 사용하는 도량형을 통일시키고 관련 명칭에 미돌법(米突法) 즉 미터법을 함께 표기하도록 했다.

용산구는 앞서 지난해 '역사문화명소 100선 안내판 건립 사업' 중 하나로 꿈나무종합타운 정문 인근에 평식원 터 안내판을 설치했다. 구는 "당시 외국과 통상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안정을 위해 도량형 통일을 우선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제에 의해 급속히 식민지화가 진행되면서 평식원은 1904년 폐지되고 농상공부로 편입됐다. 1910년 한일강제합병 이후에는 조선총독부 식산국 상공과 용산분실로 전환돼 관련 업무가 진행됐다.

평식원에 대한 글과 사진을 제공한 이는 김천수 용산문화원 역사문화연구실장이다. 그는 "도량형은 일상 경제생활의 척도"라며 "용산에서 근대적 도량형 제도가 처음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고종은 1898년 화폐 제조소인 전환국을 필두로 1900년 정미소 등을 용산에 잇따라 설치했다. 1902년에는 평식원과 함께 유리 제조소인 유리창을, 1903년에는 총기 제조소인 군기창이 용산에 들어섰다. 그는 "도성과 가까운 용산을 근대적 상공업 중심으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용산구는 매달 25일 발행되는 소식지에 근현대 역사 현장을 소개하는 역사문화탐방을 연말까지 게재하고 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옛 용산구 청사가 있던 꿈나무종합타운 부지가 바로 대한제국 평식원 터"라며 "잊혀진 역사를 발굴, 지역 곳곳에 이야기를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