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상주발 ‘작은학교’ 주민 상생 모델 제시

2020-09-08 00:00:01 게재

교육청-지자체, ‘작은학교’ 프로젝트에 관심

원도심 공동화로 학생 감소…부모일자리가 성공열쇠

최근 코로나19로 정상적인 등교수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미래학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대안으로 ‘학교-마을’이 상생하는 ‘작은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를 위해 6일 박종훈 경남교육감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손을 잡았다. 포스트 코로나19와, 갈수록 줄어드는 농산어촌 학교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전국 교육계 관심을 끌었다. 농산어촌의 인구감소에 따른 학생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작은학교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우선, 경남교육청은 경남도와 전국 최초로 ‘통합행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작은학교 프로젝트’ 운영에 합의했다. 올해는 고성 영오초교와 남해 상주초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지역으로 전입할 경우 교육비 전액 무상지원과, 빈집을 개조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경남도는 부모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한 일자리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남교육청은 △학생 수요를 반영한 방과 후 사업(프로그램), △생태체험교육,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공동체가 공감하는 학교공간 재구조화, △지자체와 함께하는 돌봄,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활동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른바 학생중심 개별 맞춤형교육을 운영하는 셈이다. 경남도와 남해군은 △임대용 공동주택 건립 및 제공 △빈집 지원 △농어촌 살리기 사업과 연계한 귀농과 귀촌 사업(프로그램) 지원 △지역의 다양한 일자리 알선 등 이주민의 정주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 작은학교 출발, 남해군 상주에서= 작은학교는 경남 남해군 상주에서 싹을 띄웠다. 대안학교 메카로 알려진 경남교육청이 농산어촌을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이 상생하는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왔다. 상주초교가 시범학교로 된 사연은 상주중학교에서 출발한다. 상주중학교(학교법인 상주학원)가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학교-마을’ 상생 모델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상주중학교는 ‘행복한 작은학교 따뜻한 교육공동체’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작은학교’를 설계하고 운영과정을 주민, 학부모들과 함께했다. 전교생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방과 후에도 학교문은 닫지 않는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학교로 찾아와 그림을 그리고 지역교육발전을 위한 토론을 이어간다. 전국대상 학생을 모집하지만, 우선 상주초등학교 졸업장은 입학조건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초등학교도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지역 주민 수도 증가하고 있어 전국 농어촌 살리기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상주중 활동수업

상주에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를 세우고 새로운 교육과정 운영을 시작한 주인공은 현 여태전 교장(상주중학교)이다. 여 교장은 대안학교 성공 모델로 알려진 경남 태봉고를 세운 핵심인물이다. 상주중학교에 이어 남해군 상주에 위탁형공립대안학교(보물섬고등학교)도 상주학원이 위탁을 받아 2021년 3월 문을 연다. 여태전 교장은 “학교가 사라진 지역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며 “지역 상황에 맞는 지역교육공동체를 구축하고 운영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남 남해를 중심으로 작은학교가 활성화 되는 분위기가 살아나자 지자체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6일 “지자체와 교육청이 손잡고 추진하는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은 경남도 3대 핵심과제 중 청년·교육인재특별도 조성에 부합된다”며 “경남으로 이주한 청년들이 살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주고, 학교는 마을 공동체 거점이 되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상주중 아침 바다산책

◆ 원도심 공동화현상, 학교 존립 위협 = 최근 전북 군산시는 한국지엠군산공장과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고 떠나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빨라지고 있는 지역이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학교다. 유초중고 학생 수가 줄어들자 지역 대학과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모 일터가 줄면서 줄줄이 지역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시도 원도심을 벗어난 농촌지역에 작은학교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부모의 안정적 일터다. 결국 작은 학교 성공 열쇠는 안정적인 부모 일자리 확보에 달린 셈이다.

전국 초중고 누적 폐교는 3300여개에 달한다. 주로 농산어촌이지만, 최근에는 인구가 빠져나간 원도심 지역도 폐교위기에 처해 종합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교육계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미래학교 대안을 ‘작은학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학교 규모보다 한 반 학생 수를 몇 명으로 구성할 것인가에 달린 셈이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원 수 감소가 아닌 미래교육에 따른 학교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는 마을학교도 이런 차원에서 시험무대에 오른 셈이다.

농산어촌 살리기 정책과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학교통폐합 정책이 모순된 형태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전국 1184개 면단위(2018년 기준) 중에 초등학교가 한 개도 없는 곳이 31개면이고 1개만 있는 곳은 666개면에 불과했다. 중학교가 없는 면도 428개에 달했다. 실제 이러한 학교부재는 귀농과 귀촌 정책에 큰 차질을 불러왔다. 청년들이 농어촌으로 왔다가 교육문제 때문에 다시 도시로 떠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남교육청도 작은 학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전라남도 농어촌 교육발전 지역협의회’를 구축하고 ‘작은학교 살리기 중장기 계획’ 설계에 들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적인 학교 문화 조성 △작은학교 교육과정 특성화 △작은학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 △지속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을 추진과제로 삼았다. 이기봉 전남부교육감은 “마을과 학교가 함께 상생하고, 미래교육의 비전을 작은학교에서 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대안을 마련하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학교와 마을이 상생하는 ‘작은학교’ 구축은 지역주민들과 정부 정책이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다. 경남도와 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통합행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생을 기대하는 것도 ‘미래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참여와 협력을 중심으로 시작한 마을교육공동체사업은 지난 1월 작은학교 지원조례가 제정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며 “경남교육청은 지역에 기반한 학생의 행복한 교육과 건강한 성장 지원에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