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사모펀드 32개, 분쟁신청 1300건 넘어

2020-09-15 10:55:21 게재

"환매중단 일상화될 듯" … 코로나19 대출민원 더해져 상반기 금융권 민원 급증

부실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에 제기된 관련 분쟁조정 신청이 1300건을 넘어섰다. 부실 사모펀드는 32개, 규모는 5조2105억원에 달한다.

1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부실 사모펀드 관련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신청은 1369건으로 6월말(1039건) 대비 31.7% 증가했다. 부실 사모펀드는 26개에서 32개로 늘었다. 다만 라임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등으로 부실사모펀드 규모는 5조6800억원에서 5조2105억원으로 줄었다.

◆젠투 피해자들 본격 대응 나서 = 신규 접수된 환매중단 펀드는 우리은행이 판매한 더플랫품무역금융펀드(396억원), 하나은행이 판매한 칸서스팜스펀드(368억원), 신한은행이 판매한 IBK펀드(198억원), NH증권이 판매한 아너스펀드(164억원),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라움(126억원), 대신증권이 판매한 피델리스펀드(37억원) 등이다.


라임펀드 투자자들의 분쟁조정신청이 730건으로 가장 많고 옵티머스펀드 177건, 독일헤리티지DLS 117건, 이탈리아 건강보험채권펀드 85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환매중단된 사모펀드 규모는 라임(1조4652억원)이 가장 크고 젠투펀드(1조808억원), 옵티머스펀드(5151억원), 독일 헤리티지펀드(4548억원), 알펜루트펀드(3902억원) 등의 순이다. 라임에 이어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젠투펀드는 운용사인 젠투파트너스가 홍콩에 있어 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감원이 홍콩 금융당국(증권선물위원회·SFC)과 국제공조를 통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더딘 상태다. 젠투 투자자들은 15일 첫 '피해자 모임'을 갖고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피해를 호소하면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만기 이전에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의 경우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문제가 일상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다만 라임 등과 같은 대규모 환매중단이 추가로 감지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이 계속 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당장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 분쟁조정 절차는 손실이 확정된 이후 진행되기 때문에 해당 절차를 통한 배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다만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이미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한 경우여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통해 원금전액 반환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계약취소의 경우 손실확정과 무관하게 판매사들이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일부 판매사들은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손실이 확정되면 앞서 판매사들이 제공한 선보상 금액과 금감원 분쟁조정결과를 비교해 투자자들이 추가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은행민원 30.7%, 금융투자 83.2% 증가 = 코로나19사태와 부실사모펀드 환매중단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 금융권 민원이 급증했다.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민원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 접수건수는 4만5922건으로 전년 동기(3만9924건) 대비 15% 증가했다.

금감원은 "경제적 어려움 등에 따른 대출거래관련 민원, 사모펀드 환매지연에 따른 민원, WTI원유선물 연계상품 관련 민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출거래관련 민원은 대출만기연장, 상환유예, 금리인하요구 등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 민원은 610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7%(1433건) 증가했다. 대출 등 여신관련 민원(2019건)이 55.7%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자가 격리 등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원금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사례 등이 잇따랐다.

은행의 경우 부실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한 민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방카·펀드 관련 민원이 전년 동기대비 439% 증가했다. 환매중단으로 분쟁조정이 접수된 펀드의 상당부분은 은행에서 판매됐다.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투자업권의 민원도 급증했다. 금융투자 민원은 3733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83.2% 증가했다. 증권회사, 투자자문회사, 자산운용회사, 선물회사 모두 민원이 늘었다.

증권회사 민원은 2336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82.9% 증가했다. 펀드관련 민원은 516건으로 전년도 33건에서 14배 이상 증가했고, 파생상품 관련 민원은 174건으로 전년도 17건에서 10배 가량 증가했다.

보험사 민원도 증가했다. 생명보험 민원은 1만873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9.0%(902건) 늘었고, 손해보험 민원은 1만6156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9.2%(1367건) 증가했다. 생명보험은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등을 주장하는 보험모집 유형의 민원이, 손해보험은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관련 민원이 증가했다. 신용카드사의 경우 재난지원금 신청·사용관련 민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올해 상반기 금감원이 처리한 금융민원 건수는 4만2392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9.3%(3609건) 증가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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