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집, 공공미술관 된다

2020-09-21 12:09:28 게재

종로구 업무협약

화가와 수집가의 집이 공공미술관으로 탈바꿈한다. 서울 종로구는 23일 원로화가·소장가 3인과 '구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협약 대상자는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 한국적 판화 선구자인 고 이항성(1919-1997) 화백,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김용원 도서출판 '삶과 꿈' 대표다. 김 화백은 1970년대부터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했고 2016년 홍콩 경매에서 1973년 작 '물방울'이 5억1282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 화백은 문화교육 출판사를 설립해 미술교과서를 제작했고 '세계미술전집' 편찬, 미술잡지 창간 등 미술문화를 선도했다. 아연판 기법을 직접 고안해 독특한 미의 세계를 실현했다.

김 소장가는 고등학교 선생님 전시회에서 안개꽃 그림 한점을 구입한 이후 수집가가 됐다. 평창동 집에 작품을 전시한 건 물론 미술 애호가로서 만난 작가와 작품을 다룬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을 집필했다.

국내외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들 원로 미술가들이 자택을 미술관으로 내놓기로 했다. 종로구는 창작품까지 무상으로 기증받아 시대별 주제별로 구성, 전시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23일 협약에 따라 종로구와 원로 미술가들은 작가의 자택을 활용한 공공미술관 건립을 위해 손을 맞잡는다. 구는 재정여건에 맞춰 순차적으로 구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미술가들은 작품 100점 이상 무상 기증한다.

종로구는 앞서도 작가의 자택을 활용해 구립미술관 2곳을 조성했다. 한국 미술계의 거장 박노수 화백이 40여년간 거주하며 가꾼 집과 정원, 다양한 고미술·골동품 등 1000여점을 기증해 구립미술관 1호가 탄생했다.

2호 고희동 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1886~1965) 작가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918년 직접 설계해 짓고 41년간 거주했던 곳이다. 2017년부터 고희동 미술자료관으로 운영하다 2019년 구립미술관으로 등록했다.

종로구는 구립미술관 2곳 경험을 바탕으로 '김창열 미술관'부터 순차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영종 구청장은 "세계적인 화백이 거주한 의미 있는 공간을 구립미술관으로 조성, 지역 주민들이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며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우리나라 미술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미술관을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