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 ESG 공시 확대에도 외부검증 부족

2020-09-21 11:48:27 게재

일본기업 59% 외부인증받지만 … "인증범위 제한, 유용성 낮아"

전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중점에 두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요소에 관심을 확대하고 있지만 해당 분야를 평가하는 외부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SG투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영국 부후그룹은 의류공장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공개된 이후 거센 비판과 함께 투자가 철회되는 등 상당한 후폭풍을 겪고 있다. ESG공시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일 체코 프라하의 체코 외무부 정원에는 유럽 지속가능발전 주간과 세계 클린업 데이를 맞아 설치한 거대한 지구모형 앞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서도 기업들의 ESG 공시확대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외부검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세계적인 회계·컨설팅그룹인 KPMG의 일본 사무소인 Azsa Sustainability (기업의 지속 가능성 이슈와 관련된 보증·자문서비스) 조사결과 , 니케이 225지수에 있는 기업의 97%가 2019년 지속가능성 계획을 보고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제3자의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고 59%의 기업만이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해 외부인증을 받았다.

문제는 외부인증 범위도 제한돼 있어서 투자자들에게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본기업 대부분은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데이터에만 인증을 구하고 있다. 지속가능보고는 ESG 관행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직의 노력과 관련한 정보를 다루고 있으며 Azsa Sustainability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 조직이다.

◆인증범위 '온실가스 배출'에 국한 = 회계·컨설팅그룹인 PwC의 일본 법인에서 지속가능성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히데토시 타하라는 "기업들이 종종 비영리 기후분석기관인 CDP로부터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외부인증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공시하는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제3자의 인증을 얻는다는 생각이 아직 일본 기업들에게 정착됐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9년 PwC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은 운영 효율성과 고용,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자신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로 꼽고 있다. SDGs는 유엔과 국제사회가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로 2016년부터 2030년 까지 환경문제와 경제사회 문제 등 17개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를 정한 것을 말한다.

일본 기업들은 지속가능보고에서 기후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기후 관련 조치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보고를 해왔고 해당 분야 대한 다양한 지수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 공시가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기업들이 해당 보고에 인력과 자원을 배분하는 것에 제한이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 발발 전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증가되고 지속가능 투자가 결국엔 성과를 거둔다는 증거가 늘어남에 따라, 투자자들은 ESG 공시에 대한 더욱 높은 수준의 기준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또한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받는 ESG 정보가 정확한지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제3자 검증을 점차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는 비재무정보에 해당되기 때문에 재무보고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감사를 거치지 않는다. 기업들은 회계법인이 제공하는 인증 서비스를 활용해 자신들이 지속가능보고를 어떻게 작성하는지에 대해 투명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들, 지속가능성장 관심 높아 = Azsa Sustainability의 최고 책임자인 카즈히코 사토는 고객이 의뢰한 제조공장의 기후변화 관련 노력을 점검하기 위해 7월 해당 제조공장 실사를 준비 중이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 거세지면서 일정을 취소했다. 이미 3주간 조사가 지연된 상태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공급망, 주주총회, 재무결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기업활동 주기의 다양한 부문에서 큰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지속가능성 보고 부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카즈히코 사토는 "일본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재무적 영향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지속가능성 보고 부문에 대한 약간의 차질이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올해 지속가능성 보고 발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한 지속가능성 보고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최대 전기·전자기기 제조업체인 히타치는 2018-2019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함께 직장 내 보건, 여성 관리자의 비율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에 대해 인증을 받았다.

2019년 PwC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기업(응답기업)의 60%가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회장이 SDGs를 기업보고에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SDGs를 기업보고에 언급하고 있는 기업이 21%인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PwC의 히데토시 타하라는 "이같은 높은 수치는 일본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SDGs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SDGs 관련 사항을 보고하는 일본 기업들의 노력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함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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