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 시각으로 본 11월 3일 대선과 한반도 정책

2020-09-28 11:02:00 게재
최광철 미주민주참여포럼 대표

미국의 59번째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본격 시작되고 후보자 TV토론회가 9월 29일부터 3회에 걸쳐 치열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선거일이 35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필자는 한국을 방문해 2주가량 머물면서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중 누가 승리할 것인지, 차기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은 어떠할지, 누가 당선되는 것이 유리할지 등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고견을 경청하고 의견을 나누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만 각 후보들 정책에 대한 적지 않은 오해나 상황변화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도 엿보였다.

북핵문제 누가 당선돼도 중요 안보 사안

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유권자 평화 활동가로 연방의원들과 교류하면서 미국 정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 한반도 정책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유세하는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3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캠프 노스엔드에서 개최된 '흑인 경제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샬럿 AP=연합뉴스


첫째는 북핵문제와 한반도 이슈는 누가 당선되어도 덮어둘 수 없는 중대 현안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관계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했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넘어섰다. 그는 후순위였던 북핵문제를 상위로 끌어 올려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에서 쇼맨십에 치중하면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혹평도 받고 있지만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발간한 신간 '격노'에는 트럼프-김정은 사이에 친서를 통해 치열한 협상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핵협상은 리비아나 이란 등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발전되어 협상은 지난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미국까지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와 운반수단을 확보하면서 이제 그 누구도 북핵문제를 후순위로 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이는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미국의 중요한 안보 사안이다.

바이든 단임 대통령 가능성이 주는 시사점

둘째는 바이든 후보에 대한 오해가 존재한다.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기존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로 되돌아가 북미 핵협상이 정지 또는 정체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반론이 있다.

오하이주 방문해 유세하는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스완턴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데이턴 AP=연합뉴스


일단 바이든 후보는 북한 비핵화란 공동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동맹국과의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캠페인에 즉각 돌입하도록 미 협상가들에게 힘을 싣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주도의 6자회담이나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악화된 미중관계를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된다. 이 때문에 많은 평론가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단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78세에 취임하는 미국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바이든 후보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을 전환기 후보(transition candidate)로 불렀다. 차세대 주자에게 순조롭게 정권을 넘겨주겠다는 의미이다. 당선되더라도 4년 뒤 82세에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차기 민주당 대권 주자로 민주당 권력의 핵심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는 대북협상을 부통령에게 부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카멀라 해리스의 대북정책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쇼맨십 협상을 비판하면서도 북핵 협상을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중순 미 외교협회(CFR)가 보낸 북핵 정책 서면질의에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장담한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에서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발언만 읽으면 완고한 강경파로 보일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려는 목적이 더 강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민주당 대선경선 과정에서 대북선제 타격을 절대 반대하며, 북한 비핵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북한에 대한 일방적 비핵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혀왔다. 그녀는 또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되돌리는 진지하고 검증 가능한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선별적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약속 위반 시 바로 제재를 복원하는 이른바 '스냅백'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외교안보 정책에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던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도발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북강경기조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통해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한반평화프로세스를 추진했으나 당시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동맹국의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대북 정책에서 한미 간 박자가 가장 잘 맞았던 때는 DJ정부와 클린턴 행정부 때이다. 이후 양국 민주당의 임기는 엇갈렸다. 한국과 미국의 진보성향인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대북정책 협력 관계를 유지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 의회 '한반도 이슈'에 태도 변화 조짐

셋째는 미국 정치권에 불고 있는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읽어야 한다.

필자는 미주한인 최대 유권자 단체인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에서 활동하고 있다. KAPAC은 지난 7월 17일부터 4회에 걸쳐 '한반도 평화포럼'을 진행했다.

두 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미국 하원외교위원장 후보인 브래드 셔먼 연방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은 조속한 한국전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종전선언 후 "워싱턴DC에 북한 연락사무소를 두고 우리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둔다면 서로 더 많은 것을 소통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원외교위원장이 된다면 미국의회 방북사절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 밝히고 방북 길에 한국에 들러 한국 정부와의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 말했다.

한국계 앤디 김 미국 연방하원의원(민주당·뉴저지 3지구)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매우 강력하고 과감한 한반도 평화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면 한반도 정책의 진전과 더불어 한미 관계는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하원 한국전 종전선언 결의안 서명 과정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난해 2월 로 카나 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이 발의한 결의안(HR 152)은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브래드 셔먼 의원을 합쳐 현재까지 모두 47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초기에는 민주당의 진보적인 의원 중심으로 서명했지만 현재는 브래드 셔먼 의원을 비롯해 하원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제리 내들러 의원 등 민주당 주류가 가세하고 있다. 브래드 셔먼 의원은 미 하원 외교위에서 24년간 활약한 외교통으로 직전 아태소위 위원장을 거쳐 최근 차기 외교위원장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권에 부는 변화 '찻잔 속 태풍'인가

그동안 대북 강경 입장을 취하던 낸시 팰로시 등 민주당 지도부의 한국전 종전선언에 대한 자세도 매우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보수적인 미 의회에서도 일부 진보적인 의원에서 중견의원으로 한반도 이슈에 대한 지지세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에도 주목해야 한다. 1989년부터 31년간 연방하원을 지내온 현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엘리엇 엥겔 의원이 지난 6월 뉴욕16지구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44세의 중학교 교장출신 진보진영 자말 보만 후보에게 큰 표 차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어 지난 9월 1일 매사추세츠 민주당 상원의원 경선에서는 케네디 정치명가 후계자 조 케네디3세가 현역 에드 마키 상원의원에게 패배했다. 엥겔의원과 케네디 후보에 대한 힐러리 클린턴, 낸시 팰로시 등 민주당 주류세력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버니 샌더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로 대표되는 진보진영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며 그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과 불공정, 경제적 사회양극화 등에 대한 다양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물론 뉴욕 LA 등 대도시 민주당 강세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트럼프 캠프로부터 색깔론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변화에 대한 요구는 점차로 확산되고 있다.

차기 117기 의회가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의회의 주요 위원장에 진보진영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례상 선수가 높은 의원들이 맡았던 의회 내 각 상임위원장은 치열한 경선을 치러야 한다. 하원 외교위원회도 현재 3명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 진보진영의 대다수는 한국전 종전선언 결의안(H.Res 152)에 지지 서명했고 브레드셔먼, 그레고리 믹스 등 두 명의 유력한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후보도 지지서명을 했다.

한국계 연방의원 목소리도 높아져

한국계 연방의원의 목소리도 두드러진다. 2년전 20년 만에 두 번째 한국계 연방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뉴저지 지역구 앤디 김 의원은 당선 후 북미이산가족 상봉, 한국전 종전선언, 개성공단재개 및 남북교류협력 등 모든 한반도 평화이슈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로즈장학생 출신으로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안보보좌관으로 일했던 그는 민주당내 대표적 안보군사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당내에서의 입지도 탄탄하다.

시애틀 타코마 시장을 지내며 워싱턴 10지구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 당선이 확실한 한국계 흑인 메를린 스트릭랜드는 당선 후 "하나의 나라였던 조선이 일제침략으로 고통 받았고 한국전쟁으로 분단되었다"며 "이제는 다시 평화를 이루고 통일되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를 미연방에 알리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이라 공언했다. 연방하원 공화당 후보인 남가주 오렌지카운티 지역의 영 김 후보와 미셀스틸 박 후보도 당선이 된다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서 친일파로 불린 의원 지한파로 변신

필자는 KAPAC 회원들과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유권자 목소리를 연방의회에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3년여 동안 브래드 셔먼의원 등 수십명의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려 노력했다. 적지 않은 변화들이 있었다.

브래드 셔먼 의원에 대해 한국에서는 '친일파'라는 딱지를 붙였다. 그런데 그가 변화되어 한국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를 만나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의 가치에 대해 말하려 들지 않았다. 브래드 셔먼 의원은 그의 유권자이자 후원자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이제 미주한인 동포사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누구보다 한반도 정책을 깊게 이해하고 함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연방 의원들이 한반도 평화의 가치에 동의하고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와 바이든 후보 공약을 보면 모두 한반도 평화에 일장일단이 있다. 한국은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북핵문제는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하며 미국인들이 그렇게 희망하는 전쟁의 종식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현재는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미 의회를 상대로 평화 공공외교를 펼치면서 그것이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공화당의 집권이든 민주당의 집권이든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회의 목소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