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회계관리 구축' 절반의 성공

2020-09-29 09:49:58 게재

감사 적정의견비율 97.5%

제무제표 평가에만 초점

내부통제 본질적 평가안해

대기업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강화된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적정의견 비율이 9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개혁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인증절차가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됐다. 내부회계관리제도(내부회계)는 신뢰성 이는 회계정보의 작성과 회사가 갖추고 지켜야 할 재무보고에 대한 내부통제를 의미한다.

2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 회계연도 상장법인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견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 160사 중 156사(97.5%)는 내부회계 감사 적정의견을 받았고 중요한 취약점이 발견된 4곳(2.5%)은 비적정의견을 받았다. 전년도 내부회계 검토(강화 전 단계)에서 비적정의견 비율이 1.9%였던 것과 비교하면 0.6%p 증가한 것이다.


내부회계 감사의견은 회사의 재무제표 산출과정에 대한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기능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으로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사항이다. 재무제표 감사의견과 별도로 표명되는 내부회계 감사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의사결정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체 상장사 확대하면 비적정의견 증가" = 금감원은 "내부회계에 대한 인증절차가 강화되면서 비적정의견 비율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법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풍부한 물적·인적자원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내부회계 감사를 준비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기업 내부회계에 대한 평가 및 감사는 △대표이사 및 내부회계관리자의 운영실태 평가 △감사(위원회)의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표명 등 3단계로 진행된다.


미국의 경우 내부회계 감사가 도입된 첫해(2004년)에 비적정의견비율이 15.7%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비적정의견 평균비율도 6%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내부회계 강화를 단계(기업 규모별)적으로 시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일단 인적·물적 인프라가 풍부한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회사만을 대상으로 감사를 했기 때문에 미국과의 단순비교는 무리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부터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회사, 2022년 자산 1000억원 이상, 2023년에는 전체 상장회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중소형 상장법인으로 내부회계 감사대상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경우 내부회계 비적정의견 비율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회계인력·경영진 전문성 평가 = 비적정 의견을 받은 4개사 중 2곳은 전년에도 중요한 취약점이 발견돼 비적정의견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요한 취약점은 통제미비점이 하나 또는 여러 개가 결합돼 재무제표상 중요한 왜곡표시를 예방 또는 적시에 적발하지 못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경우를 말한다. 금감원은 "중요한 취약점이 발견된 회사에 대해 내부회계가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취약점으로 지적된 항목은 △손상인식 △리스회계 △충당부채 측정 △금융상품 회계처리 등이다. 주로 재무제표 작성 과정과 관련한 통제미비점이 발견된 경우다.

하지만 미국은 이와함께 내부통제환경 구축 미흡, 회계인력이나 경영진의 전문성 미비 등 내부통제의 본질적 요소와 관련된 사유로 비적정의견을 받은 회사가 약 60%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재무제표 작성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면 미국은 본질적인 통제요소인 회계역량 등의 취약점까지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내부회계의 목적과 도입취지를 고려할 때, 회사와 감사인 모두 결산통제에 대한 취약점 발견시 이와 연관된 내부회계의 본질적 요소(통제환경, 회계역량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살펴보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위원회 독립성 여전히 부족 = 금감원은 이번 내부회계 감사결과에 대해 기업 감사위원회의 독립적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내부회계 감사를 받은 상장법인 대부분은 경영진의 운영실태 평가와 동일한 취지의 감사위원회 평가의견을 공시했다. 비적정의견을 받은 4곳 중 1곳만 감사위원회 평가의견이 비적정으로 나왔다. 다른 3곳은 감사위원회가 적정의견을 표명했지만 감사에서 비적정의견을 받았다.

또한 대다수 감사위원회는 내부회계 평가와 관련해 회사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설문조사에 응답한 대형 상장사 105곳 중 감사위원회 직할 부서를 통해 평가를 지원하는 회사는 39사(37.1%)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위원회의 내부회계 평가는 독립 수행돼야 하며 평가업무 수행시 외부감사인과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쳐 내부회계에 대한 평가의견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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