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활동, '이익추구 동기'가 컸다

2020-10-05 10:49:45 게재

사회공헌과 '이익조정 회계' 분석

공헌 많이 하는 회사가 이익조정

지배구조 좋은 기업은 동기 달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 추구 동기가 더 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5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간하는 '회계·세무와 감사연구'에 실린 논문 '기업 지배구조와 사회적책임활동이 이익조정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기업사회적책임활동(CSR) 수준이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이익조정의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자가 내부적으로는 회사의 이익조정을 실행하면서 CSR을 이용해 외부에는 회사가 투명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동기가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익조정은 기업 또는 경영자가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향상하기 위해 주로 '재량적 발생액'을 사용해 이익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발생액은 감가상각이나 재고자산, 회계기준 변경 등 현금의 입출이 없어도 거래 발생으로 향후 생길 이익과 손실을 당기에 반영하는 것으로 영업 현금흐름활동과 무관하다. '재량적 발생액'은 경영자의 재량에 따라 측정방식을 달리하는 것으로 회계부정은 아니지만 이익조정을 위해 활용된다.

◆ESG기업 3636개 표본 분석 = 논문의 저자인 홍철규 중앙대 교수는 "CSR 수준이 높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이익조정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략적(이익추구) 동기에 의한 CSR이 윤리적(사회적 의무) 동기에 의한 CSR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기업들은 이익의 상향조정보다는 하향조정 성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을 낮추는 행위는 탈세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점수결과가 공시된 기업을 대상으로 3636개 표본(기업-연도)을 추출,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진행됐다. ESG평가기업들은 CSR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ESG 공시기업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번 연구는 기업의 지배구조와도 연결해서 분석을 벌인 것이 특징적이다. 기존 연구들은 CSR과 지배구조가 이익조정에 미치는 영향이나 상호관계를 각각 독립적으로 검토해서,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이익 조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

지배구조가 좋고 CSR 수준이 높은 기업들이 CSR을 실시할 때 윤리적 동기와 전략적 동기 중에 어느 동기에서 실시할 가능성이 더 높은지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기업지배구조와 CSR' 상호작용 첫 연구 = 연구결과 CSR 수준이 높은 기업 중에서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이익조정의 크기가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이같은 결과는 지배구조가 좋을 경우 CSR 활동이 윤리적 동기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배구조가 나쁠 경우 CSR 활동은 지배구조가 좋을 경우에 비해 전략적 동기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조조정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지배구조는 △주주 권리보호 △이사회 △공시 △감사기구 △경영과실 배분 등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지배구조가 좋은 경우, 지배구조가 경영자에 대한 통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요구하는 자율적 선택영역인 CSR을 활발히 수행하는 기업의 경우에 CSR은 윤리적 동기에서 수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이 나쁜 기업에 비해 이익조정의 규모와 방향에 있어서 다른 특징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가 사실상 경영진에 대한 통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와 재량적 발생액의 관계에 대해 의미있는 결과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CSR 수준을 고려한 분석에서는 지배구조가 이익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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