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미국 대선 D-8일 … 3대 막판 변수가 승부 가른다

2020-10-26 11:47:58 게재

11월 3일 미국의 선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에 경합지 서너곳을 강행군하며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신중한 캠페인으로 4년전 역전패 당했던 악몽을 피하면서 승세 굳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미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회서 격돌하는 트럼프-바이든│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에서 열린 대선후보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는 모습. 내슈빌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의 부패스캔들과 말 바꾸기, 거짓말을 집중 공격해 반전 기회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4년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역전패 악몽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승리를 장담했다. 누가 일주일간 최대 캠페인 효과를 만들어 내느냐가 막판 변수로 꼽힌다.

이와 함께 100년 만에 가장 뜨거운 투표열기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 선거 열흘 전에 이미 경합지 2750만명을 포함해 48개주 지역에서 5600만명이나 조기 직접투표 또는 우편 부재자 투표로 투표를 마쳤다. 이 같은 열기라면 11월 3일 선거당일까지 1억5000만명 이상이 투표해 100년 만의 최고기록인 62.5%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우편 부재자 투표가 2배로 급증하며 바이든표가 2배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조기 직접투표에는 트럼프 지지자들도 대거 몰려 나와 이를 상쇄시키고 있어 승부를 예측불허로 몰아넣고 있다.

미 대선 사상 처음 사전투표하는 뉴욕 유권자들│미국의 대선 사상 처음으로 사전투표를 도입한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24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투표 차례를 기다리며 몇 블록에 걸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트럼프, 바이든 스캔들 집중 공격해 반전기회 잡나 = 미국 대선 3대 변수 중 하나는 바이든 부자 부패 스캔들과 바이든 후보의 말 바꾸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세개주를 도는 강행군을 한데 이어 월요일에는 펜실베이니아에서만 세 곳에서 대규모 유세를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수천명이 몰려든 대규모 대중유세에서 바이든 부자의 부패 스캔들과 말바꾸기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 아들을 앞세워 중국, 우크라이나, 러시아로부터 엄청난 돈을 끌어 모은 부패행위가 아들의 이메일이나 옛 사업파트너의 폭로 등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파상공세를 폈다.

아들 헌터 바이든의 랩톱 컴퓨터에서 나와 FBI에 제출된 이메일이 공개된데 이어 헌터와 사업을 같이했던 토니 보블린스키가 폭로회견을 갖고 검은 거래는 물론 배후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보블린스키는 마지막 대선토론 수시간 전에 기자회견을 갖고 "헌터가 중국 등으로부터 수십억달러를 끌어들이며 빅맨에게 10%를 줘야 한다고 밝혔는데 그 빅가이는 바로 아버지 조 바이든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토론에서 바로 이 폭로내용을 끄집어내 바이든 후보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외국으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FBI가 현재 헌터 바이든의 랩톱 컴퓨터와 보블린스키의 휴대폰 3대 등을 제출받아 검은 거래와 돈세탁 혐의 등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바이든 후보가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없애겠다는 환경정책 때문에 미국의 석유업계를 파괴시키려 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셰일 석유와 가스를 시추하고 있는 수압파쇄법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해 놓고서는 그런적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바이든 후보의 발언영상까지 공개했다. 트럼프 선거본부는 마지막 토론에서 바이든 후보가 석유산업의 변천을 언급한 후부터 바이든 성토여론이 비등해지고 자신들 쪽으로 선거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바이든 정책에 직격탄을 맞을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오하이오 등에서 분위기 반전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전 역전극을 펼쳤던 러스트 벨트, 즉 쇠락한 산업지대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건, 위스콘신 등에서 수성해야 재선에 희망이 생기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반하는 바이든 정책과 말 바꾸기, 바이든 부자 스캔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바이든, 4년전 실패 악몽 피하면 된다 = 하지만 바이든 민주당후보는 트럼프 공격을 사실무근으로 일축하면서 맞대응을 자제하고 여론지지율과 선거자금면에서 앞섰음에도 역전패 당했던 4년전 악몽을 피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상대의 조롱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수십 대의 차량만 모아 놓고 유세하는 소규모 드라이브인 랠리를 유지하며 금요일 하루 새 감염자가 8만3000여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3차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잘못된 대응을 집중 공격했다. 바이든 후보는 민주당 경선승리 직후 토요일 두 곳 방문을 포함해 펜실베이니아만 무려 10번이나 찾았고 미시건은 세번, 위스콘신은 두번을 방문해 4년전 8만표 차이로 트럼프에게 빼앗겼던 민주당 아성들을 탈환하려는 최후 승부를 걸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4년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가 패배했던 위스콘신을 비롯해 옛 민주당 아성들에 대해서도 공짜표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켜 4년전 악몽을 피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공화당 아성에서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텍사스, 조지아, 애리조나에는 선거광고 자금을 풀어 조심스럽게 공략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의 최후 승부수는 선거 열흘 전까지 이미 경합지 2750만명을 포함해 48개주에서 5600만명이나 조기투표나 부재자 투표로 한표를 던졌기 때문에 때 늦은 감이 있고 바이든의 목표 확대 전략은 집중력을 분산시켜 역효과를 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투표율 100년만에 최고치 예상 = 막판 변수 중 하나는 조기 직접 투표와 우편 부재자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기록적으로 몰리고 있고 전체 투표율도 10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트럼프의 재선과 바이든의 당선 중에 어느 쪽에 유리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우편 부재자 투표가 4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하면서 바이든 후보 지지표가 2배나 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제는 트럼프 지지자들도 조기 투표에 대거 나서면서 그 같은 예측이 무너지고 있다. 선거 열흘 전까지 경합지 6개주에서 2750만명을 포함해 미전역 48개주에서 5600만명 이상이 이미 조기 직접투표와 우편 부재자 투표로 한 표 행사를 끝냈다.

바이든 후보가 새 경합지로 만들려는 텍사스에서 690만명이 투표를 마쳤고 최대 경합지 플로리다에서도 530만명, 노스캐롤라이나 300만명, 조지아 260만명, 오하이오와 미시건 각 160만명, 펜실베이니아 150만명, 위스콘신 130만명, 애리조나 120만명 등으로 경합지들에서 사전투표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3일 선거일에 투표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이번 선거에서 한 표를 던질 미 유권자들은 전체 2억4000만명 중에서 1억5000만명 이상으로 62.5% 이상의 높은 투표율로 4년 전의 60.1%를 훌쩍 뛰어 넘는 것은 물론 10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재자 투표용지에 기표해 우편으로 회신하거나 조기 투표소에 설치돼 있는 드롭박스에 직접 넣고 있는 부재자 투표의 경우 당원별 회신을 분석해 보면 바이든 지지자들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나 투표소에 나와 긴 줄을 섰다가 투표하는 조기 직접 투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누가 유리할지 알수 없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공화당원들이 선거당일 투표를 선호하고 있어 조기 투표에서 밀리는 부분을 선거일에 만회할 것으로 보여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