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다시 본다 | ② 사후처리엔 무관심

국감 이틀 전에 1년전 국감결과보고서 채택하기도

2020-10-27 11:26:04 게재

20대, 상임위 국감보고서 11개나 채택 못해

예산편성 반영 등 사후 조치 강제 어려워져

국회 입조처 "피감기관, 국감 넘기면 된다식 대응"

700여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무섭게 달려들던 국정감사가 '사후 처리'엔 매우 등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관심 대상에서 멀어지면서 피감기관도, 국회의원들도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셈이다.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에 실시한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의 결과보고서는 임기종료(5월29일) 9일 전인 올 5월 20일에야 겨우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등 소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의 노트북에 '택배기사님들!! #늦어도_괜찮아요'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이날 통과된 국정감사결과보고서는 정무위 운영위 과기정통위 문체위 정보위 등 5개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것이었다. 4월 30일에는 행안위 산업위 등 2개 상임위의 국정감사결과보고서가 본회의에서 채택됐고 3월 17일엔 기재위, 3월 7일엔 농해수위 외교위 법사위 환노위 등 4개 상임위의 결과보고서가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모두 12개 상임위의 국정감사 결과보고서가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공식적인 효력이 발생할 조건을 만들었다.

교육위, 국방위, 복지위, 국토위, 여가위 등 5개 상임위의 국정감사 검토보고서는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찾기 어려웠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감결과보고서의 시정요구 등에 대한 여야간 이견으로 채택이 불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감결과보고서 채택시점 점점 늦어져 = 2018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는 어땠을까.

14개 상임위의 결과보고서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의결일은 2019년 3월 28일~9월 30일까지였다. 2019년 국정감사는 10월2일부터 시작했다. 국정감사가 열리기 이틀 전에 전년 국정감사결과보고서가 채택됐다는 얘기다. 9월 30일에 본회의에서 채택한 결과보고서가 4개 상임위에 달했고 5개 상임위 국정감사결과보고서는 4월 5일, 5개 상임위 국정감사결과보고서는 3월 28일에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됐다. 기재위, 복지위, 국토위 등 3개 상임위의 결과보고서는 보이지 않았다.

2017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는 모두 16개 본회의를 거쳐 1개가 빠졌고 가장 마지막에 통과된 시점은 2018년 8월 30일이었다.(2018년 국정감사 시작일은 10월10일), 2016년 국정감사 결과는 15개가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어 2개가 빠졌고 최종 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3월 28일이었다.

20대 국회는 '일 안 하는 국회'로 알려져 국정감사결과보고서 채택이 늦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9대 국회의 채택결과를 따져봤다.

2012~2015년까지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결과보고서 채택현황을 보면 2013년엔 결과보고서가 1개 상임위에서만 제출되지 않았다. 반면 최종적으로 국정감사 결과보고서가 채택된 시점을 보면 국감을 진행한 이듬해의 하반기(7월 24일, 9월 30일)인 경우가 두 번 나왔고 임기 첫해인 2012년 국정감사는 2013년 6월 27일, 임기 마지막 해인 2015년의 국정감사는 총선이 끝난 2016년 5월19일이었다. 19대 국회에서도 채택일이 상당히 늦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18대 국회를 살펴보면 2008년과 2011년 국감 결과보고서는 이듬해 2009년 1월 13일과 2012년 2월 27일에 채택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과 2010년 국정감사결과보고서는 2010년 4월 21일과 2011년 4월 29일에 처리됐다.

◆왜 늦게 채택될까 = 국정감사결과보고서가 채택돼야 피감기관들에게 지적 및 시정요구를 실행할 근거가 된다. 국정감사결과보고서에는 △증인 채택 현황 △증인신문 결과를 포함한 감사의 경과와 결과 및 처리의견 △중요근거서류 등이 포함돼 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는 '감사 또는 조사를 마쳤을 때에는 위원회는 지체 없이 그 감사 또는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여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며 '의장은 이를 지체 없이 본회의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 이어 '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감사 또는 조사 결과를 처리한다'며 '정부 또는 해당 기관에 변상, 징계조치, 제도개선, 예산조정 등 시정을 요구하고, 정부 또는 해당 기관에서 처리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은 정부 또는 해당 기관에 이송한다'고 했다. 또 피감기관들은 '시정요구를 받거나 이송 받은 사항을 지체 없이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했다.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이 늦어지면 피감기관의 '시정요구와 처리' 시행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또 시정요구가 예산편성 등에 반영되기도 어려워진다. 사후조치가 흐지부지되면 '국감 무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부추길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처리가 지연돼 그해 예산 및 각종 법안 심의에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감기관도 국정감사 기간만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과거의 감사효과에 관한 정보를 다시 현재의 감사준비와 감사실시에 반영해 감사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는 피드백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아 전년도 국정감사의 성과와 오류에 대한 평가가 미비하다"고 했다.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상임위에서 결과보고서 초안을 만들어 의원들이 회람하고 합의하는 과정에서 의원들간 시정요구와 지적사항 등의 문구에 대한 논란이 많다"면서 "이를 조율하지 못하면 결과보고서 채택이 늦어지거나 채택 자체를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끝난 지 많게는 11개월까지 끌어가며 채택하지 못한 것을 두고 '관심 부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정감사'를 다시 본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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