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농지'에 초대형 태양광발전소?

2020-11-18 11:23:41 게재

SK E&S, 영산강 간척지에 2GW

영암농민회 "임차농 생계 위협"

삼호·미암 주민, 대책위 결성

국내 대기업이 농업진흥지구(절대농지)인 전남 영암군 삼호읍과 미암면 일대 영산강 간척지 3-1지구에 초대형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하자 이 곳에서 수십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과 인근 지역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SK E&S는 지난 11일 삼호종합문화체육센터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총 사업비 3조원을 투입해 삼호읍 서호·망산리와 미암면 신포·호포리 일원 16.5㎢(500만평)에 2GW 규모의 태양광발전설비를 건설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영암그린뉴딜시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GW는 원자력발전소 2기에 맞먹는 규모다.

초대형 태양광발전소 설치 예정지인 전남 영암군 삼호읍과 미암면 일대 영산강 간척지 3-1지구 전경. 사진 독자제공


'영암그린뉴딜시티'는 태양광발전설비와 특수선박 제작, 스마트팜, 자동차튜닝숍, 드론 클러스터 밸리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처럼 농업진흥지역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가능하게 된 것은 2018년 12월 개정된 농지법 때문이다. 개정 농지법에 따르면 공유수면 매립을 통해 조성한 토지 가운데 토양 염도가 5.5ds/m 이상인 지역의 경우 태양광발전사업이 가능하다. 표토(0~30㎝)와 심토(30~60㎝)를 채취, 심토를 기준으로 염분농도를 측정해 전체 신청토지의 90%가 기준치를 넘으면 된다.

SK E&S측은 시행사를 통해 이미 염도를 측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SK E&S측 관계자는 "시행사에서 염도를 측정해 사업허가에 필요한 염도가 나온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농민들은 "수십년째 농사를 짓고 있지만 그동안 한번도 염해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토양염도 측정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 웅 영암군농민회장은 "염도측정방식을 믿을 수 없다"며 "간척지가 옛날에는 바다여서 시료를 채취할 때 10㎝만 더 깊이 파도 염도가 나올 수밖에 없어 사업주 입맛대로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단 농민회 등 지역 주민들은 삼호읍과 미암면을 중심으로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태양광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벌일 태세다.

대책위는 태양광발전사업 반대운동을 벌이는 이유로 이 곳에서 수십년째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는 임차농들의 생계문제를 들고 있다. 농민회 등에 따르면 3-1지구 간척지는 2000년초 분양 당시 평당 2만원선이었으나, 현재는 10만원을 호가한다. 분양소유자 대다수는 외지인이다. 따라서 평당 6000원의 임대료가 책정된 '영암그린뉴딜시티' 조성은 막대한 농지를 소유한 한국농어촌공사와 외지인에게는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지만 실제 경작자인 임차농들은 농지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농민회에 따르면 이 곳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300여 농가의 70% 이상이 임차농이다.

대책위는 또 "내년도 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절대농지에 무분별하게 태양광발전소를 허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책위는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설 간척지 개발행위허가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기법에 따라 3MW 이상 대규모 전원개발사업은 산자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만 개발행위허가권은 해당 지자체 단체장이 가지고 있다.

박 웅 농민회장은 "지역민과 협의하지 않은 채 자본의 압도적인 힘을 앞세운 밀어붙이기식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을 반대한다"며 "개발행위허가권을 내주지 않도록 영암군수를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 E&S측 관계자는 "이제 사업을 계획하는 단계인 만큼 앞으로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태양광단지로 인해 일터를 잃게 되는 임차농에게 30만평의 스마트팜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범택 기자 durumi@naeil.com
홍범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