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이장금'은 오늘도 앞치마 차림

2020-11-24 11:22:42 게재

'코로나 집콕' 주민 응원하고

지역사회 내 '나눔경쟁' 유도

"아이고~ 잘하시는데?" "그럼요~ 날마다 하는 건데요."

지난 20일 아침 서울 성북구 보문동 한 교회당.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보문동을 비롯해 인근 동선·삼선동까지 새마을부녀회원들이 김장배추 속을 채우느라 분주하다. 머릿수건과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낀 이승로 구청장이 '청일점'으로 끼었다. 건너편에서 절인 배추를 던지면 날래게 받아 속을 채우고 곱게 접어서 쌓고…. 함께 작업하는 주민이 연신 웃음을 터트릴 정도로 손이 빠르다.

이승로(왼쪽에서 세번째) 성북구청장이 삼선동 동선동 보문동 새마을부녀회 회원들과 함께 김장을 하고 있다. 사진 성북구 제공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올해 들어 매일같이 앞치마 차림으로 주민들과 섞이고 있다. TV 드라마로 잘 알려진 '대장금'에서 딴 별명까지 얻었다. '성북구 대장금' '성북 이장금'이다. 코로나19로 장기간 '집콕'을 해야 하는 주민들을 위한 나눔행사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 응원을 보탠다. 동네마다 주민들 '나눔경쟁'을 유도한다는 의미도 있다.

20일 김장은 삼선동 새마을부녀회가 주최하고 삼선새마을금고가 후원한 행사. 동선·보문동까지 3개 동 주민들이 힘을 합쳐 소외계층 이웃을 위한 김장을 했다. 이날 동별로 100가구씩 겨울 반찬걱정을 덜었다.

아침 9시부터 양념을 버무렸는데 이승로 구청장은 벌써 4개 행사를 마치고 동참했다. 장위2동과 3동, 석관동까지 주민들과 함께 골목길 청소를 한 뒤 구청으로 출근해 농촌 봉사활동을 떠나는 주민들을 배웅한 참이다. 10시면 구의회에서 2021년 예산안을 제출하고 시정연설을 해야 하는데도 부러 들렀다. 이 구청장은 "바람 쌩쌩 부는 추운 날씨에도 이웃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올 겨울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날뿐 아니다. 하루 전에는 동선동, 18일에는 정릉2동과 월곡2동 삼선동, 17일에는 종암동에서 앞치마를 입었다. 김장을 비롯해 반찬 삼계탕 등 20개 동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주민들이 주도하는 나눔행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바쁜 일정을 쪼개 가급적이면 현장을 찾는다. 여성단체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성매매 피해자와 가정·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에 전달할 쌀빵을 만들고 저소득 가구를 위한 연탄 배달까지 앞치마 쓰임새도 다양하다.

여느 정치인들처럼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쏟아질 만하다. 하지만 가까이 지켜본 주민들 평가는 다르다. 여러차례 나눔행사에 동참한 한 주민(57·삼선동)은 "한두번 오다 말겠지 했는데 매번 참석해 식재료 다듬기부터 행사가 끝난 뒤 청소까지 나서서 한다"며 "함께 수다도 떨고 어려운 일을 해줘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고단함이 녹는다"고 전했다.

실제 이 구청장은 2시간 내내 자리를 뜨지 않고 고추를 다듬거나 마룻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무채를 썬다. 양파껍질을 벗기다 먼 산을 바라보며 눈물을 말리는 모습에는 주민들 웃음소리가 커진다. 주민들은 요즘 간장 된장을 담글 때도 '이장금'에 손을 요청한다.

구청장의 앞치마는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느라 한층 소외된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코로나19 국내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후 성북구 곳곳에서 나눔이 이어지고 있다"며 "구청장이 함께 하면 주민들을 응원하는 동시에 동네별로 선의의 나눔경쟁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함께 살아가기를 선택한 성북구 구성원 덕분에 행정은 코로나19 지역 확산 방지에 집중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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