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계법인 '감사계약' 갈등↓ ··· 감사인지정제 시장에서 정착하나

2020-12-07 11:36:33 게재

과도한 감사보수 관련

금융당국, 신고접수 없어

기업과 회계법인이 '지정감사 계약' 과정에서 감사보수를 놓고 갈등을 벌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감사계약 체결 과정에 마찰이 크게 줄었다.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감사인 지정제도'가 정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지난달 12일 '2021년 감사인 지정대상회사'를 확정·통지한 이후, 금융감독원에 과도한 감사보수 요구와 관련된 신고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지난해 수십개 기업이 감사계약 체결과정에서 회계법인과 갈등을 겪었던 것과 비교하면 순조롭게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며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상장회사협의회를 통해 접수된 사건이 있기는 하지만 심각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회사 1241곳(주기적 지정 458사, 직권 지정 783사)에 대해 '2021년 감사인 지정 통지'를 실시했다. 감사인 지정은 금융당국이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정해주는 것으로 '주기적 지정제'와 '직권 지정제'로 나뉜다. 주기적 지정제는 감사인을 6년간 자유선임한 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3년간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다. 직권 지정은 △상장예정법인 △감리조치 △감사인미선임 △재무기준 요건(부채비율 200% 초과 등 해당) △내부회계관리제도 미비 △횡령·배임 발생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다.

올해 주기적 지정제가 처음 시행되면서, 감사계약 체결 당시인 지난해말 감사보수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불만이 컸다.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선택할 때는 회계법인간 경쟁으로 감사보수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지만 감사인 지정제 시행으로 보수가 현실화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시간당 7만~8만원했던 감사보수는 10만~12만원으로 상승했고, 일부 회계법인은 시간당 15만원 가량을 요구하면서 기업들의 반발이 거셌다.

금융당국은 작년의 갈등 상황을 고려해 올해는 감사인 지정통지 실시와 동시에 '감사계약 실태' 점검에 나섰다. 감사보수 등과 관련한 회사·지정감사인간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시간당 감사보수 과다 산정 등 비합리적인 감사보수 요구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견 회계법인의 한 대표회계사는 "일부 회계법인 파트너들이 감사보수를 무리하게 올린 사례가 있지만, 다른 회계법인들과의 비교 등을 통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도 그동안 감사보수가 터무니없이 낮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지난해 수준과 비슷한 수준에서 감사보수가 책정된 것에 대해 큰 문제없이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사들이 대폭 충원된 데 따른 변화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표준감사시간제 등으로 회계사 인력이 부족했고, 회계법인들이 감사대상 회사를 줄이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하지만 올해는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일감을 늘렸고, 회계법인들이 기업들에게 상당히 친절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빅4 회계법인의 한 파트너 회계사는 "지난해 빅4를 감사인으로 지정받았다가 하향 재지정 신청으로 더 이상 선택권이 없어진 기업들을 상대로 일부 회계법인들이 감사보수를 크게 올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올해는 회계법인들도 무리하게 감사보수를 올리면 안된다는 인식들을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신고가 접수될 경우 관련 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과다한 보수로 판단되는 경우 윤리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지정감사인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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