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서 빛 발한 사회적경제 | 1. 인공지능도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사회적기업, 인공지능도 만든다

2020-12-08 11:26:11 게재

고용 늘리고 장애유형 따라 직무설계 … 일자리 유지하며 매출도 성장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구성원 사이 공동체 정신과 숙련된 노동력을 바탕으로 실력으로 승부를 거는 것은 물론 일자리 절벽 시대, 지속 가능한 고용 모델을 만들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테스트웍스는 혼합형 사회적기업이다. 나이, 성별, 장애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실천하며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도 제공한다. 직원 중 장애인 비중이 20%나 된다. 자폐성 장애인 8명, 지적장애인 2명, 청각장애인 6명 등이다. 테스트웍스에서 근무하는 자폐성 장애인 직원들은 모두 비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AI 데이터 가공 업무를 맡고 있다.

테스트웍스는 직원들 장애 유형에 맞게 직무설계를 새로 했다. 소프트웨어 테스트, 데이터 수집 및 가공 등 각각의 장점을 기반으로 업무를 부여했다. 인공지능 데이터는 수많은 단순 반복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구축을 위해 거리에서 벌어지는 주행 중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가정해 데이터 라벨링을 한다. 데이터 라벨링이란 인공지능의 학습을 위해 사람이 이미지, 텍스트 등의 데이터에 목적에 따른 다양한 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구축을 위해서는 도로 이미지 위에 사람, 자동차 등의 객체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는 박스를 그리고 해당 박스가 사람인지, 자동차인지 입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자폐성 장애인들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박기삼 테스트웍스 홍보 담당자는 "비장애인이라면 쉽게 지칠 수 있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이터 라벨링에 장애인들은 특유의 집중력과 숙련도를 발휘, 상당한 업무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품질 테스트 전문가인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는 인공지능 데이터의 적합성과 순도를 중시한다. 데이터가 충실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의 활용성에 커다란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일까. 창업 이래 5년간 줄곧 성장가도를 달렸다. 창업 당시 5명이던 직원은 올해 95명으로 늘었고 매출은 2억5000만원에서 70억원까지 성장했다.

테스트웍스 관계자는 "인공지능 데이터 수집·가공은 전형적인 비대면 업무가 가능한 영역"이라며 "소정의 교육만 거치면 장애인들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만큼 전국, 나아가 전 세계 어디서든 인공지능 데이터 가공에 참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워커를 다양하게 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직원 1/3이 장애인 = (주)레드스톤시스템은 데스크톱컴퓨터와 액정모니터를 만드는 회사다. 2005년 창립 이래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일자리 제공 및 업무 훈련과 사회적응과정을 통해 취약계층 근로자의 실질적 자립을 도모했고 2011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박치영 레드스톤 대표가 경쟁력 특화 영역으로 삼은 것은 우수한 기술력과 신뢰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사후 서비스다. 공공기관 고객들은 대규모 납품이 발생한 뒤 후속 서비스에 불만을 품는 경우가 많다.

기술 발달로 품질 자체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이유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귀하게 여기고 단순 반복작업에 장점을 가진 장애인들이 톡톡히 기여했다. 사업 특성상 조립과 검수 과정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 못지 않은, 때론 더 우수한 업무 성과를 보였다. 레드스톤은 전 직원이 129명이며 이중 무려 40명이 장애인이다. 박 대표가 각별히 신경쓰는 부분은 장애·비장애인 근로자 간 화합과 이들을 한데 묶을 사원 복지다. 특히 종일 서서 하는 작업이 많은 만큼 휴식 시간 보장과 편안한 휴식에 많은 투자를 한다. 레드스톤 한 직원은 "외부인이 회사를 방문하면 안마 의자 만드는 회사인 줄 착각할 정도로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안마 의자가 많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일반 채용공고를 했다가 우연히 청각장애인을 컴퓨터 A/S직원으로 채용했는데 비장애인과 별 차이없는 업무능력을 보게 됐고 그를 통해 장애인 취업의 열악한 현실을 알고 나서 한명 두명씩 장애인 채용을 늘려온 게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2014년 매출 124억원에 직원수 45명이던 레드스톤시스템은 지난해 매출 999억원, 직원수 129명으로 급성장했다.

서울시는 이들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성장잠재력이 우수하고 사회적 가치가 높아 지속적으로 발전이 가능한 기업들로 타 기업 롤 모델이 되는 회사들이다. 시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67개의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을 선정, 지원해왔다. 경영·판로·홍보 지원과 함께 사회적기업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협력사업 개발도 도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인공지능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경영 성과도 여느 기업 못지않게 성장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시민인식을 제고하고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지속적인 우수 기업 발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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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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