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정치권 결산 '정국 흔든 정치이슈'│③ 차기를 향한 예비주자들의 부침

총리 출신 당 대표, 족쇄 벗은 도지사 … 야권주자 된 검찰총장

2020-12-23 12:38:04 게재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 내친김에 대선까지?

징계로 뜬 윤석열, 대통령과 각 세우며 정치행보

안철수,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자리로 복귀 시도

'이재명 21% 이낙연 18% 윤석열 15%'(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전국지표조사. 12월 14~16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다. 2020년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로 임명된 후 국정수행 지지도 80%를 넘나들던 정권의 행정책임자에서 올 8월 민주당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올해 재판 족쇄를 벗어난 후 선명성을 내세운 차별화된 행보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정부 적폐수사의 첨병에서 현 정부 검찰수장으로 임명된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사이 야권의 대표주자 자리까지 올라왔다.

◆흔들리는 '어대낙', 거침없는 이재명 =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상고후저'를 맞고 있다. 지난 2018년 후반기부터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떠올라 올해 8월 집권여당의 대표자리를 거머쥐었다. 민주당 대선경선 참여를 위해선 6개월에 불과했으나 여권 유력주자로 거쳐야 할 통과의례 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올 하반기 조사부터 20% 수준의 박스권에 갇히더니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밀려나는 양상이다. 지난 10월 4주차(전국지표조사)부터 이재명 지사에서 선두자리를 내줬다. 민주당이 지난 정기국회에서 역대급의 입법성과를 거뒀지만 이 대표의 지지율이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민주당 지지층의 적합도 조사에서는 41%로 이재명 지사(32%)를 앞서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분석가들은 이 대표에 대한 지지가 대통령의 직무수행도와 연동되는 양상이 크다고 본다.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하고, 정책면에서 자신만의 비전과 색깔을 드러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독자적 움직임이 가능하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신천지교회에 대한 강제 역학조사를 벌이고, 특정시설 집합금지 등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자 경제적 영향력 등을 고려해 주저하는 정부와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5인 이상을 모두 금지하는 방안을 선도적으로 주도했다.

여권 지지세가 높은 30~50대에서 60%가 넘는 호감도를 보이는 점이 강점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지사가 지난 대선부터 선명성 높은 주장을 펴왔고, 정책을 실제 집행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 점이 긍정적으로 반영됐다"면서 "위기상황에서 해결사 이미지를 갖게 돼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대표주자로 인식되는 상황도 온건 이미지의 이 대표 보다는 강성으로 비치는 이 지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내각 이끄는 전직 국회의장 = 올 1월 문재인정부 2대 국무총리에 취임한 정세균 총리. 국회의장 출신으로 행정부의 내각을 책임자로 변신한 이례적 결정이었다. 정 총리는 취임 직후 코로나19 방역망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2월에도 대구시청에 임시 사무실을 두고 대구지역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했다. 최근에는 서울시에 임시사무실을 두고 수도권 방역을 점검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지지율이 이른바 코로나 정국에 좌우되는 상황에서 정부 방역망을 지휘하는 정점으로서 정 총리의 역할 또한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정 총리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치료제·백신 공급 시기까지 효율적 대응을 이끈 뒤 대선 출마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방역성과가 다음 정치행보의 기반이 되는 셈이다. 정 총리 한 측근 인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시점도 코로나 정국의 큰 줄기가 잡힌 다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변신 만큼 극적인 인물도 없다. 전임 정부에 찍혀 좌천 됐다가 현 정부에서 중임돼 적폐수사를 이끌다 검찰수장까지 올랐다. 문 대통령과 여권의 강력한 지원 아래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오른 뒤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한 수사시점부터 갈린 뒤 올해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이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2개월 정직 결정을 재가했고, 윤 총장측은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소송의 상대가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말을 바꾸긴 했으나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정치적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여론은 이미 그를 야권의 대선주자 대표격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본인 또한 거부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안에서 '정권교체의 선구자'로 추켜세우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또다른 일부에선 중도를 포함한 야권의 제3세력을 대변하는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징계 중지·취소 소송을 포함해 내년 7월 임기까지는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안철수의 도전, 가능성은?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현 정부를 독재로 규정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폭주를 멈추게 하겠다'고 했다. 내년 보궐선거가 다음 대선 향배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정권교체의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전 시장의 빈자리를 선택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안 대표는 그간 서울시장보다는 대선 직행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지난 대선 후 서울시장 도전에 실패한 안 대표는 총선에서도 유권자 지지를 받는데 실패했다. 거대여당의 정국 주도력을 감당하지 못했던 야권 안에서 안 대표의 구상이 통할지 미지수다. 당장 국민의힘 등이 안 대표를 야권 단일주자로 인정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이나 합당과는 선을 긋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등 야권의 차기주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쏠린 야권 대표성을 찾아오는 것이 급하다.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의미있는 지지율을 보이는 것이 첫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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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이재걸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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