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고금리 이용하던 서민들 '대출금리 평균 11.5%'로 크게 낮췄다

2020-12-30 11:32:24 게재

서금원 맞춤대출 서비스, 2년 만에 4배 증가 … 단순 금전지원에서 '신용도 향상' 관리체계로 혁신 추진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서민금융진흥원이 최근 2년간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30일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 따르면 2018년 한해 2만3000명(2889억원)이었던 서민 맞춤대출 규모는 올해(1~11월말) 9만7000명(9310억원)으로 4.13배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3.23배 늘었다. 2018년 1만7000건이던 종합상담 건수는 올해(1~11월말) 20만8000건으로 11.87배 증가했다.


대부업체 등에서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이용 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저소득층 서민들은 서금원의 서민맞춤형 대출중개 플랫폼을 이용해 평균 금리 11.5%의 대출로 갈아탔다. 직접 서금원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신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고객중심으로 서비스를 개선한 결과"라며 "시스템을 완전히 혁신하면서 비대면을 확대했기에 가능했고,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하면서 비대면 고객 상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8년 이 원장 취임 이후 준비한 맞춤대출 앱과 채무조정 앱이 올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고금리 늪'에서 희망사다리 역할 '맞춤대출' = 올해 11월 이 원장은 서금원 구리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금리 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무직 여성 A씨에게 맞춤대출서비스를 상담해줬다.


학원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학원의 영업이 어려지면서 월급이 2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었고 생계가 어려지면서 서금원을 찾았다.

카드 현금서비스와 대부업체 등을 통해 20%가 넘는 고금리로 3000만원 넘게 받고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을 방문했지만 거절당한 뒤 서금원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A씨는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제도권 금융에서는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원장은 A씨에 대한 맞춤대출상담을 통해 금리 연 7%대의 근로자 햇살론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근로자 햇살론을 받아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상환할 수 있었다. 고금리 늪에서 빠져나온 A씨는 이후 서금원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 원장은 "코로나로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금원의 시스템은 유엔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며 "내년 초 유엔 사회개발위원회 안건으로 서금원·신복위의 시스템이 롤모델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서금원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는 아마존, 애플 등과 함께 '2020년 UN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 최우수그룹에 선정됐다.

◆디지털 플랫폼 활용해 고객 접점 강화 = 서금원과 신복위의 변화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 접점을 강화하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도록 챗봇상담을 도입했고 맞춤대출 앱(서금원), 채무조정 앱(신복위)을 각각 올해 1월과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서금원은 서민들이 맞춤대출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입력항목을 33개 → 17개 → 13개로 줄였다. 이 원장은 "공통항목들을 묶어서 고객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게 개선했다"며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을 위한) 햇살론 youth의 경우 앱을 통해 간편한 자격조회와 함께 보증신청까지 모바일로 진행할 수 있게끔 시스템화했다"고 말했다.

맞춤대출은 서민들이 금융기관에서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서금원이 자금중개를 해주는 일이다. 맞춤대출을 이용하면 정책금융상품의 경우도 최대 1.5%p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이 원장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모집인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로 인해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맞춤대출을 이용하면 그만큼의 대출금리 인하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을 갚지 못해 연체가 발생한 채무자들에 대한 서비스도 크게 달라졌다. 절차간소화와 신청서 전자문서화·채무조정 앱을 만든 이후 소위 '예약적체'가 사라졌다.

채무자들이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즉시 추심 중단 효력이 발생한다. 채권자(채권 추심업체)들이 빚독촉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지난해 7월에는 채무조정을 신청하려면 신복위를 직접 방문해야됐기 때문에 예약대기 기간이 14 영업일 가량 소요됐다.

하지만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비대면 간편 신청 절차가 마련되면서 신복위 방문즉시 상담이 가능해졌고 예약적체가 해소됐다.

이 원장은 "비대면 간편대출이 38% 증가하면서 신복위 직원들의 업무 처리시간도 인당 일일 94분 가량 줄어들었다"며 "직원들이 방문고객 상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만족도가 높아지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서민 신용도 향상' 시동 걸어 = 이 원장은 "금융지원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신용과 부채를 관리하는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만들어 신용도를 향상시키면 금융생활이 안정될 수 있다"며 "서민들이 경제적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의 내년도 중점 추진 과제는 이와같은 '서민의 금융생활안정 촉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시동은 걸었다. 올해 9월 신용·부채관리 컨설팅을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고객의 신용도 상승을 위해 전북은행 등과 협업을 시작했다.

서금원은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면서 성실 상환을 해온 서민들에게 시중은행이 저금리 신용대출을 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원장은 "서민금융을 이용한 고객들이 스스로 신용과 부채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신용도 상승을 통해 제도권 금융에 안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신용도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체의 아픔을 겪었던 사람들 중에 성실 상환자들은 오히려 대출을 안 받으려고 하고 다시 연체를 하지 않으려고 해서 연체율이 굉장히 낮고 신용교육과 금융교육까지 받았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는 고객이기 때문에 윈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민의 금융생활안정 촉진시스템'은 연체 등으로 채무조정을 신청한 서민들이 성실 상환을 통해 정책서민금융을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신용도를 높이고, 이후 은행권 대출로 전환할 수 있게끔 만든다는 목표로 실행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서금원과 신복위는 △서민금융 양방향 서비스 △서민금융 한눈에 △취업지원 △지역협의체 △금융 및 신용관리 교육 등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신용·복지컨설팅과 신용·부채관리컨설팅을 거쳐 서민들에게 시중은행의 저금리 신용대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현재 전북은행이 '서민금융 성실 상환 우대론'을 시행하고 있으며 광주은행과 BNK금융지주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원장은 "향후 코로나19로 인한 서민금융 수요가 급증할 경우를 대비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비대면 채널 강화를 준비하겠다"며 "서민금융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화재가 발생하면 바로 119를 떠올리듯 재무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바로 1397 서민금융콜센터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1960년 경기도 가평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행정고시 34회에 합격했고 1994년 서울대 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외화자금과를 시작으로 산업자금담당실, 기획예산담당실을 거친 뒤 기획재정부 국방예산과장, 기획재정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미국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공사참사관을 지냈고 기획재정부 대변인을 거쳐 2018년 10월 서민금융진흥원장과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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