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을 준비하는 학교 | ② 원격수업, 위기를 넘어 미래교육 기회로

"쌍방향 심화수업, 학습손실 줄이고 소통과 공감능력 높여"

2020-12-30 11:27:36 게재

원격수업 디지털환경 빠르게 구축 … 교사, 수업역량 강화

맞춤형 온라인 수업, 다문화· 기초학력 부족 해소

올해 대한민국 학교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 코로나19는 학교교육의 변화를 예고했다. 교육부는 미래교육 전환점으로 삼았고, 학교현장은 방역과 원격수업, 미래형 수업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교사들은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성취도 불균형을 해소하고 미래교육 기회로 삼았다. 쌍방향 수업으로 수준별 맞춤형 수업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도 교사들의 열정에서 탄생했다. 코로나19에 대응, 학교를 안전지대로 지켜낸 교사와 미래교육을 설계하는 과정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울산염포초 교사들이 쌍방향 원격수업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 울산 염포초교 제공


"4월 9일 온라인 개학과 동시에 원격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교육은 멈출 수 없다'는 명제에 모든 교원들이 동참하면서 처음 걷는 길을 개척해 나갔습니다." 부산 양정고 정덕규 교사가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수업 과정을 설명했다.

양정고 교사들은 밤을 새며 연수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했다. 초기 학교에 원격수업 매뉴얼이 전달됐지만, 실시간 화상수업 접속은 원활하지 못했다. 교사들은 스스로 동시접속 시스템을 구축했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가능한 교사공동체 역량을 발휘했다. 양정고는 현재 학교 홈페이지와 줌을 활용한 100%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습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교원들의 의지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달됐다. 학부모도 원격수업에 참여하면서 보조교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장비세팅, 원격수업 공간마련, 아이들 먹거리 준비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학기 초라 학생들간 관계형성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교사들은 카톡, 카페, 블로그, 문자, 밴드 등 인터넷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연락하고 피드백을 통한 공동체 학습공간을 꾸려나갔다.

부산 양정고 교사들의 원격수업 연수 현장. 사진 부산 양정고 제공


양정고는 온라인수업 시범학교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원격지원을 위한 교사자원봉사단(교사온)도 구축했다. 온라인 학급방 등 '담임-학생' 간 소통체계가 마련되자 학생들은 자기주도 학습에 빠르게 적응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학습 지원과 생활 지도가 가능해졌다. 비대면 수업 난이도를 올려 쌍방향 수업 비중을 점점 확대해나갔다.

과제형(학습자료 탑재+퀴즈, 과제제출)에서 단방향 학습콘텐츠 활용 수업(교사 자체제작 또는 외부강의 동영상 활용+퀴즈+피드백 또는 실시간 토론)으로 난이도를 올렸다. 마지막은 쌍방향 원격강의(교사 실시간 강의+실시간 학생 소통)로 이어졌다. 양정고는 학생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 학생정보화 지원사업(PC, 인터넷비용)'을 추진, 학습 결손을 막았다.

◆창의력 넘치는 교육과정, 온라인 수업 성공 비결 = 학생과 교사들은 등교수업과 온라인 원격수업에 조금씩 지쳐갔다. 학습불안에 따른 학부모 고민과 걱정도 늘어갔다. 하지만 교사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울산 염포초 최혜영 교사는 "선생님들은 각자 e학습터에 학급을 개설하고, 온라인 콘텐츠 제작 연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원격수업을 시작하면서 선생님들의 내면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불안감을 떨치고 온라인 교육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염포초 교사들은 '온(ON)소리'라는 주제로 온라인수업 모델학교가 됐다. 온소리는 '온라인으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원격수업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학생들과 소통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대구 경암중 학생들이 비대면-대면 바자회를 열었다. 사진 대구 경암중제공


비대면 소통 방식을 선택했다. 지난해부터 사용 중인 '학교 알림 서비스 앱'을 사용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판도 개설했다. 원격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이어 교사들은 '어떻게 학생들을 학습시킬 것인가?'를 놓고 토론했다. 등교수업을 못하기 때문에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나 플립러닝(Flipped Learning)과는 다른 학습 방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학생들의 출석을 관리하고, 학습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시스템이 필요했다.

디지털 활용능력이 부족한 1∼2학년군은 ebs와 학습꾸러미를 활용한 원격수업을, 3∼4학년군은 e학습터를 활용하여 콘텐츠 중심 원격수업을 실시하였다. 5∼6학년군도 콘텐츠 중심 원격수업을 하면서 시범적으로 쌍방향 수업을 늘려나갔다. 교사들은 매일 온라인 콘텐츠를 e학습터에 업로드하고, 학생들의 과제를 확인하며 피드백으로 답했다. 원격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와 참여율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성과는 협업을 통한 교육과정을 소화해 냈다는 점이다. 염포초는 '학교, 온라인으로 협업하다.'를 원격수업 성공 비결로 판단하고 있다. 교사들이 제작한 원격수업 주간학습 계획, 슬기로운 염포생활, 비상레시피, 수업 영상 등을 업로드 하자, 지역 교사들은 참여가 늘어났다. 최혜영 염포초 교사는 "원격수업을 위해 학교와 학교가 소통하고 협업했다는 점이 가장 큰 효과이고 성과"라며 "이러한 교사들의 열정과 학습 노하우가 코로나19에 따른 아이들의 학습결손을 막고 창의력을 키워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 완도신지중학교 교사들은 1교사 5학생 체제로 원격수업과 생활지도를 하고 있다. 방과 후 등교를 통해 담임 및 멘토교사와 학생 개별 상담을 진행한다. 경북 포항 동성고는 우수한 원격수업 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 자율학습'까지 끌어내며 쌍방향 심화수업을 진행중이다.

서울 창덕여중은 교원 역량강화를 위해 테크매니저까지 배치해 원격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 관계망 형성, 비대면 교육이 풀어야 할 숙제 = 전국 교사들은 원격수업이 코로나19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관계형성'을 놓치고 있다는 점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삼았다. 늘어나는 '코로나우울' 학생들을 위한 치유와 치료,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상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격수업에 자신감을 나타내며 미래교육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코로나19가 끝나도 한국 공교육을 뒤로 되돌릴 수 없음을 강조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원격수업이 디지털 혁명에 따라 인공지능(AI)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설명했다. 원격수업에 대해 유 부총리는 '아이들이 삶의 주체로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대목을 강조했다.

교육부가 미래교육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한 새로운 교원제도, 미래형 학교 조성, 협업과 공유를 통한 대학·지역의 성장, 전 국민의 전 생애 학습권 보장, 디지털 전환 교육 기반 마련 등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정덕규 양정고 교사는 "올해 코로나19 감염병으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 한국 온라인 교육은 'K-에듀'라는 이름으로 세계 교육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공교육 불안감을 떨치고 미래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쓰는 해였다"고 회고했다.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학교" 연재기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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