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수주 1위지만 물량감소로 고용불안

2021-01-06 12:18:59 게재

지난해 거제에서만 8657명 실직

친환경·고효율 선박 개발 등 필요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만 4,5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 연합뉴스


한국 조선산업이 3년 연속 선박수주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일자리 불안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확보한 물량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5일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지난해 조선업 수주현황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선박발주량 1924만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42.5%인 819만CGT를 확보하며 3년 연속 수주량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 세계 선박발주량이 2019년 2910만CGT보다 33.8% 줄 어들면서 한국이 확보한 물량도 같은 기간 16.4%, 161만CGT 감소했다. 2018년 1341만CGT에서 2019년 980만CGT, 2020년 819만CGT로 수주량이 떨어지면서 남은 일감도 2019년 2325만CGT에서 지난해 2216만CGT로 줄었다. 남은 일감은 고용유지의 핵심지표 중 하나다.

물량감소 충격은 일자리감소로 연결됐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조선소와 200여개 협력업체들이 위치한 거제도에서 조선산업 일자리는 지난해에도 8657개 사라졌다. 거제시가 지역 조선산업을 조사해 발표한 ‘조선업 노동자 및 업체수’에 따르면 2019년 말 고용노동자 5만8135명은 지난해 11월 4만9478명으로 줄었다.

고통은 협력업체와 이곳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주로 감수했다. 현대중공업과 합병작업이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은 직영노동자가 9461명 에서 9013명으로 줄어드는 사이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는 1만6722명에서 1만2241명으로 감소했다.

삼성중공업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도 1만8413명에서 1만6298명으로 줄었다. 상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직영노동자는 9348명에서 9316명 으로 줄었다. 양사의 사내협력업체 수도 214개에서 187개로 감소했다. 사외협력업체도 49개에서 45개로 줄면서 158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수주 세계 1위’를 조선산업 일자리 회복으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태정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지난해까지 협력업체에 전가한 고용문제가 올해는 거대조선소 정규직으로 옮겨갈 수 있다”며 “현 정부는 일자리정부를 표방했는데 수주 1위만 자랑할 게 아니라 물동량 감소로 일자리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 내부를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해양플랜트 작업이 끝나는 삼성중공업에서 그 일을 담당하던 협력업체 구조조정 등을 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고용유지 등을 위한 정책이,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고효율선박기술 개발과 중국과의 격차유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연근·한남진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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