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ESG경영에서 ‘G’는 왜 안보이나

2021-01-21 12:34:53 게재
올해 주요그룹 총수와 CEO들은 신년사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과 구자열 LS 회장은 신년사에서 ESG경영을 ‘기업의 핵심 경영원칙’ 또는 ‘기업의 지속가능전략’이라고 규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ESG 중 E(Environmental, 친환경)와 S(Social, 사회책임투자)는 보이지만 G(Governance,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언급은 찾기 힘들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올해 10대 그룹 CEO 신년사 핵심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회’는 4번째로 많이 언급됐고 ‘환경’은 7번째로 빈도수가 많았다. 그런데 ‘지배구조’는 순위에도 없다.

그룹들이 환경문제에 적극적인 데는 직접 재무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환경·기후변화를 기준으로 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기업들이 친환경 경영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탄소세 부과를 피해야 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하며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환경경영에 천착해야 한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은 그런 제도적 경영적 제약이 없다. 그동안 재벌그룹의 총수일가 위주 지배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가운데 하나였다. 탈법·불법적인 방법으로 기업과 주주의 부를 가져가거나 제왕적 전횡을 휘둘렀다. 이를 막기 위해 주주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와 경영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도 이와 무관치 않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18일 판결에서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업지원TF를 지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양형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졌던 삼성 준법감시위 평가가 절하된 것은 제대로 된 지배구조 개선 내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제시민단체 비판이다.

신뢰받는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세계화된 자본시장에서 모범적인 기업지배구조는 투자결정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지난해 말 통과된 공정경제3법 시행에 마지못해 따라가기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부응을 하는 총수나 CEO를 볼 수는 없을까. 주주권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3월 주총에서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범현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