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화폐 '인천e음' 확장성 무기로 진화 중

2021-01-26 11:25:55 게재

인천e몰 배달앱 공유경제몰 이어

두레자금 '나눔e음' 기부로 확장

캐시백 이후 성장 가능성 보여줘

지역화폐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총 판매액이 13조원을 넘어섰다. 경기도가 2조51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부산시도 1조2385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정부지원 없이도 5484억원을 기록했다.

인천시 판매액은 2조4945억원으로 경기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인구 1인당 발행액으로 비교하면 판매실적 1위인 경기도의 3.3배(인천 84만8469원, 경기 18만6895원)에 달한다. 지역화폐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면서 인천시를 주목하는 이유다.

인천e음이 확장성을 내세워 지역화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박남춘 인천시장이 최근 인천e음을 활용한 민생경제 지원대책을 발표하는 모습이다. 사진 인천시 제공


2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 지역화폐 '인천e음'의 가입자수는 지난해 말 기준 139만4000명이다. 실제 인천e음을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88만명에 이른다. 인천e음 플랫폼에서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다. 인천시의 올해 목표 가입자수는 180만명이다.

인천e음의 특징은 시와 자치구·군이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먼저 시작한 플랫폼을 군·구에서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갈등 요소를 만들지 않았다. 경기도나 부산시, 대전시 등에서 광역-기초 간 충돌이 일어나는 것과는 비교된다. 서울시 제로페이도 강동구가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다.

지역화폐가 급성장한데는 10% 이상의 캐시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캐시백 혜택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지역화폐도 순식간에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천시도 잘 알고 있다. 인천시가 지난해 지급한 인천e음 캐시백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2136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연말까지 10% 캐시백을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198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이 있어 가능한 일이지만 이를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 변주영 인천시 일자리경제본부장은 "캐시백이 없어도 계속 존속할 수 있으려면 지역화폐가 지역 소상공인과 시민을 잇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며 "인천e음은 이미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이미 가능성을 확인한 컨텐츠는 '혜택+가맹점'이다. 가맹점으로 가입한 지역 소상공인들이 사용자에게 5% 안팎을 추가로 할인해주는 제도다. 시와 자치구, 가맹점 할인까지 더해 최대 28%까지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사용자가 늘 수밖에 없다. 캐시백 10% 지급이 중단되더라도 최소한의 할인 혜택이 남기 때문에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배달서비스' 안착도 한몫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한 서구에 이어 연수구에서도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서구 배달서비스는 기존 배달앱과의 경쟁에서 2위를 할 만큼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 다른 자치구·군도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배달서비스를 시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역 중소기업 제품을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인천e몰'과 '인천굿즈'도 가능성이 보인다. 인천시는 물건은 물론 공간과 일자리까지 공유하는 가칭 '공유경제몰'도 시범운영 중이다.

인천e음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기부활동인 '나눔e음'은 획기적 발상이다. 캐시백이나 할인혜택 금액 일부를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할 수 있도록 만든 콘텐츠다. 이이 서구에서는 지난해 12월 '서로도움'이라는 이름으로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재현 서구청장이 1호 기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손쉽게 접속해 공감 가는 사례를 읽고 기부를 하는 방식인 이 기부서비스는 25일 현재 8개 사례 중 6개가 목표 모금액을 채웠다. 지역화폐가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다. 변주영 일자리경제본부장은 "따뜻한 공동체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인천e음 법인화를 고민 중이다. 상법상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천시의 올해 인천e음 발행 목표액은 4조원이다. 인천시 지역내총생산(GRDP)의 0.6%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1%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지현 인제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인천e음은 거대한 쇼핑몰이다. 그 안에 무수한 상점들을 입점시킬 수 있다"며 인천e의 확장성을 높이 평가했다. 변주영 본부장도 "인천e음은 캐시백 이외에도 다양한 추가서비스를 얼마든지 플랫폼에 붙일 수 있다"며 "이런 확장성에 기반을 두고 지역공동체 플랫폼으로서 세계적인 선도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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