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전수조사' 사무관리사 점검 끝나

2021-01-26 11:40:29 게재

전체 점검율은 64% 진행, 운용자산 90% 실재 확인 … 사기성 펀드는 발견 안돼

1만개에 달하는 사모펀드를 상대로 한 전수조사에서 사무관리사에 대한 점검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무관리사는 기준가격 산정 등 펀드의 계산업무를 수행하는 곳이어서 펀드 명세서에 자산이 제대로 명시돼 있는지, 사기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1차 관문이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운용업계(판매사·운용사·신탁업자·사무관리사)가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사모펀드 전수조사에서 사무관리사에 대한 점검이 이달 15일 기준 99.9% 완료됐다. 점검 과정에서 펀드의 자산명세와 수탁명세를 비교한 결과 펀드자산이 달리 표기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사무관리를 맡은 예탁결제원이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비상장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을 변경해 펀드명세서에 등록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별도의 문제제기가 없어 사기거래를 조기에 적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펀드 운용사를 거쳐 사무관리사, 신탁업자, 판매사 등의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

신탁업자에 대한 점검도 90% 가량 마무리됐지만 옵티머스와 같은 사기성 펀드는 발견되지 않았다. 신탁업자 점검 과정에서는 펀드 운용자산의 거래발생사실과 실재성 여부의 확인이 가능하다. 신탁업자는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실제 자산을 매입·결제하는 역할을 한다. 사무관리사에서 펀드의 사기성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직접 펀드 자산을 매매하는 신탁업자는 자산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교차점검이다. 사무관리회사와 신탁사는 사무관리회사의 자산명세와 신탁사의 자산명세가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자산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신탁사가 펀드 자산종목에 대해 계약서 등을 통해 발생사실을 점검하고, 판매사는 펀드 명세상 자산이 점검 기준일 현재 실제 존재하는지 운용사 증빙자료 등을 통해 확인했다. 사무관리회사와 신탁사, 판매사 등이 상호점검을 통해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판매사 점검까지 끝낸 펀드는 전체 펀드의 64% 가량된다. 판매사는 펀드별로 실제 운용내역이 투자설명자료와 일치하는지, 투자설명자료와 집합투자규약이 서로 다르지 않은지 등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무관리회사와 신탁사에 대한 점검이 90% 이상 이뤄졌고 판매사들의 점검 과정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점검대상은 지난해 5월말 협회등록 기준 1만304개 펀드 중 점검 실익이 낮은 펀드를 제외한 9043개다.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를 통해 운용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수점검은 당초 지난해 완료를 목표로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9~10월중 사무관리사에 점검업무가 집중(병목현상)됐고, 비예탁자산의 경우 자산명세 확인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사무관리사 점검업무의 병목현상이 완화된 이후 조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작년 12월 18일 기준 전체 점검 완료율은 50.5%지만 이달 15일 64% 가량 진행됐다.

업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이번 전수조사와 달리, 금융감독원은 펀드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32명(외부기관 12명 포함)으로 구성된 전문사모운용사 전담검사단을 출범시켰다. 작년 8월부터 12월말까지 18개 운용사에 대한 검사를 벌인 결과 임직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부당하게 자금을 수령하거나, 운용역의 일탈 등으로 펀드이익이 훼손되는 사례 등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전체 사모운용사(233개사) 중 위험성이 큰 운용사를 먼저 검사했고, 나머지 운용사에 대한 검사도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검사가 중단되는 등 검사에 다소 속도가 나지 않고 있지만 계획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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