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ESG채권 발행 '활발'

2021-01-26 12:08:27 게재

회사채 중 ESG 비중

1.4% → 16.6% 증가

연초부터 ESG 채권 발행이 활발하다. 올해 1월에만 ESG채권 발행은 1조원이 넘었고, 전체 회사채 발행 금액 중 비중은 지난해 1.4%에서 16.6%로 증가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ESG 채권 발행이 매년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이번처럼 다양한 기업들이 발행에 나서고 봇물 터지듯 투자수요가 급증한 모습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국내외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ESG채권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수요 증가로 증액 잇따라 =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대기업의 ESG 채권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제철 5000억원, 현대오일뱅크 4000억원, 롯데지주 600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 500억원 등이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3000억원 규모의 ESG녹색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녹색채권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조달자금의 사용목적을 오염물질 저감,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녹색사업 지원에 한정해 사용하겠다고 확약한 채권이다.

ESG채권 발행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모집금액 대비 10배 가량 유효경쟁률을 보이자 기업들은 당초 계획보다 두 배 가까이 발행규모를 확대했다. 발행금리는 일반채권보다 10bp 이상 낮게 결정됐다.

현대제철은 지난 18일 25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 발행에 대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했는데 예정 금액의 8배 이상을 웃도는 2조700억원이 몰리면서 회사 발행액은 5000억원으로 늘렸다. 현대오일뱅크는 21일 2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조3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자 발행규모를 4000억원으로 늘렸다. 현대오일뱅크는 확보한 자금을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메탄올로 전환하는 탄소제품화 사업과 탈황설비 증설, LNG 발전 사업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지주사로 올해 첫 ESG 채권 발행에 나선 롯데지주는 300억원 규모의 10년물 수요예측에 900억원이 몰리자 발행금액을 600억원으로 2배 늘렸다.택배업계 사상 첫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발행하는 500억원 규모 녹색채권 5년물에도 3배 이상 투자수요가 몰렸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DT(Digital Transformation)기반 통합물류 플랫폼 구축을 위한 BPO 플랫폼 도입, 차세대 택배시스템 및 친환경 전기화물차에 그린본드로 마련한 재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기금·보험 등 장기투자자 참여 = 증권가 전문가들은 ESG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ESG 채권 발행은 더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산운용사·연기금·국부펀드 등이 운용지침과 리스크관리 지표로 ESG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도 작년 말 '탄소중립' 정책을 발표하고, 국내 주요 대기업과 금융그룹이 탈석탄 선언과 ESG 경영을 강조함으로써, ESG채권 발행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장기 투자기관의 ESG 투자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3년물 수요예측에서 운용사의 참여비중이 일반 회사채보다 ESG 채권에서 크게 증가했다. 10년물 ESG 채권 수요에서는 연기금과 운용사 참여비중이 증가했지만 보험사의 참여비중은 감소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ESG 채권 투자가 초기 단계로 투자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운용사 위주로 발빠른 대응이 나타난 결과로 파악된다"며 "앞으로는 ESG채권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녹색 프리미엄이 장기 ESG 채권에도 나타나면서 보험사 및 연기금 등 장기 투자기관의 ESG 투자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 회사채 발행 중 ESG채권 발행 비중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기 연구원은 "올해 1월 회사채 발행시장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ESG채권의 발행 증가"라며 "2019~2020년 전체 회사채 발행 물량 중 ESG채권 발행 비중이1.2~1.4%였으나, 올해 1월에는 수요예측 물량기준 16.6%를 차지했고 앞으로는 비약적으로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ESG 채권에 대한 투자수요가 높고 조달 환경이 우호적"이라며 "ESG 채권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향후 10년 내 전체 채권에서 ESG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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