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명성' 차별화 3040세대에 통했나?

2021-01-29 11:26:12 게재

'기본소득' 독자행보

'대세론'엔 시각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월 1일부터 모든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의 만류가 있었지만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뜻을 접지 않았다. 기본소득에 대한 소신, 재난 국면에 드러난 소신에 대한 여권 핵심지지층의 반응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독자행보가 이어지면서 여권내 제3 후보론 등 견제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경기지사, 재난소득 지급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내달 1일부터 모든 도민에게 10만원씩의 재난소득을 지급하는 안을 밝히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 지사는 28일 온라인 회견을 통해 "방역과 경제 등 현재의 모든 여건을 고려할 때 설 명절 전에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지금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경제가 손 쓸 수 없을 만큼 망가진다면 우리는 또다시 후회할 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경기도내 외국인·외국 국적 동포를 포함한 1399만명을 포함한 '기본소득' 개념이다. 다음달 1일부터 온라인 신청을 받고 경기도에서만 가능한 지역화폐로 1인당 10만원이 지급된다. 이 지사는 방역대응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는 당정의 우려에 대해선 "당과 총리실에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이낙연 대표도 "홍익표 정책위의장에게 사전 설명을 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이 지사가) 당의 입장을 고려해 준 것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여권내 차기 대선주자간의 갈등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고려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지사가 당 핵심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3040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차기주자 경쟁에서 부상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국갤럽의 1월 2주차(12~14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23%를 얻어 이낙연(10%) 대표를 앞섰다. 30대에선 27% 40대에선 35%를 기록했다. 엠브레인 등 4대기관 전국지표조사(1월 18~20일)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도 27%로 가장 높았는데, 30대 34% 40대 38%를 각각 기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지사가 앞서는 원동력은 30~40대의 선택인데 문 대통령과 민주당 핵심지지층이기도 하다"면서 "이 지사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층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이재명 대세론'이 형성된 것으로 보기엔 무리다. 당내 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포함해 이 지사에 거리감을 두는 인사들이 상당하다. 수도권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이재명 이낙연 양강구도 대신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지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여권내 대선구도가 재편되는 시기라는 것이다. 제3 후보로 거론되는 정세균 총리를 직접 거명하는 의원도 나왔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세론'이 없거나 약한 대선이 될 것"이라며 정당의 역할을 강조한다.

민주당은 3월 이낙연 대표가 대선출마를 위해 대표직을 물러나고,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5월 새 지도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차기 대선 경선이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다. 정치일정과 맞물려 이 지사의 차별화 행보,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 회복, 정세균 총리 등 제3 후보의 부상 등에 따라 현재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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