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에 청소년 영양·건강 '빨간불'

2021-02-19 10:55:23 게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원격수업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많은 청소년이 교육 격차와 영양 불균형, 정서장애 등 위기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문제는 각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이런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한국교육개발원 연구팀이 작성한 '코로나19 확산 시기, 불리한 학생들의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는 "코로나19 시기에 교육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있는 학생은 인스턴트 음식 섭취 증가, 운동 부족, 수면 패턴 변화 등으로 건강 약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내놓은 '코로나19와 교육 : 학교 구성원의 생활과 인식을 중심으로' 조사 연구에서도 "등교수업이 없는 평일에 점심을 전혀 먹지 않거나 거의 먹지 않는다"는 대답이 많았다.

경제 수준이 '상'인 학생들은 이런 대답이 9.7%인 반면 '하'인 학생들은 24.5%에 달했다. 저소득층 아이들뿐 아니라 맞벌이 가정에서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미애 울산영양교사회 회장(울산 화봉고)은 "학교급식은 그동안 아이들의 체계적인 영양 관리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영양 불균형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면서 "패스트푸드와 배달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5~6개월 만에 등교수업에서 만난 아이들 대부분이 통통해져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교육복지연구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청소년의 건강관리 공백 문제를 지적했다.

김 실장은 "1년에 한번 진행하는 학교 건강검진이 지난해에는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고 체육활동 부족으로 인한 청소년의 체력 저하와 불안·우울 등 정서적 장애 문제도 심각하다"면서 "그동안 무상교육, 무상급식, 교복지원과 같은 '교육 평등'을 강조해왔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꼭 학교라는 틀이 없더라도 학생이 학습을 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동일한 교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학습생활복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